‘노력+기회’ 조동화-채병룡의 행운 산출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6 05: 58

행운이라는 단어는 참 복잡하다. 쉽게 안 잡힌다. 무작정 노력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찾아와야 한다. 그렇다고 기회만 있어도 안 된다. 노력에 의한 능력이 없으면 그 기회는 금세 날아간다. 그래서 노력이 기회를 만나야 한다고 한다. SK의 두 베테랑 조동화(34)와 채병룡(33)도 그런 케이스다. 음지에서의 노력은 기회를 만나 행운으로 거듭났다.
조동화와 채병룡은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11-4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로 나선 채병룡은 5이닝 동안 2실점으로 잘 막으며 롯데 타선의 기를 죽였다. 5회 문규현과 손아섭에게 솔로홈런 한 방씩을 맞았지만 솔로포라는 점에서 타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 조동화는 타석에서 대활약했다. 5타수 4안타 3도루의 맹활약이었다. 이날 SK 공격이 풀릴 때는 어김 없이 조동화의 활약이 있었다.
사실 SK의 전력이 정상적이었다면 두 선수가 이날 선발 출전하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채병룡은 부상을 당한 트래비스 밴와트 대신 두 경기째 선발로 등판했다. 조동화는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투구에 머리를 맞아 아직까지 후유증이 있는 이명기를 대신해 선발로 출전한 경향이 있었다. 어찌 보면 기회였다.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두 선수는 그 기회를 잘 살렸다.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팀 벤치에 강한 어필을 하며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두 선수의 올 시즌 시작이 거창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SK와 4년 22억 원의 FA 계약을 맺은 조동화는 외야 백업이었다. 이미 SK의 외야 라인은 왼쪽부터 이명기 김강민 브라운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임훈 박재상 김재현 등과 외야 백업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채병룡은 전지훈련에서 벌어진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했다. 말이 좋아 롱릴리프였다. 나쁘게 말하면 지는 경기, 김빠지는 경기를 책임져야 하는 마당쇠였다.
두 선수가 지금껏 팀에 공헌한 것, 그리고 가지고 있는 기량을 생각하면 낙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올 기회를 기다리며 묵묵히 땀을 흘렸다. 조동화는 변함없이 헌신적인 훈련 자세로 코칭스태프의 찬사를 받았고 채병룡은 보직을 가리지 않을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 SK 불펜의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그리고 노력은 이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조동화는 이날 경기에서 정확한 타격은 물론 여전히 발로 팀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뛰는 야구’가 생각보다 잘 안 되는 SK에 해답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김강민이 돌아오면 꾸준히 주전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다른 선수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어필했다. 채병룡은 백인식이 탈락해 공석이 된 5선발 자리를 사실상 굳혔다. 밴와트가 돌아오더라도 5선발로 시즌을 이어나갈 것이 유력하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성과다.
이쯤 되면 욕심을 부려볼 법도 하다. 하지만 두 선수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역전의 베테랑들이다. 무엇보다 팀의 승리라는 열매가 얼마나 달콤한지 잘 안다. 그래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다. 조동화는 5일 경기 후 “앞으로 경기에 나서면 적극적으로 뛰도록 노력하겠다”라면서 자신의 장점으로 팀에 공헌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채병룡도 “선발 첫 승이 중요하기보다는 앞으로의 팀이 더 중요하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팀을 먼저 내세웠다. 노력이 기회를 만나 만들어진 행운은 결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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