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에너지' 이현호, 쓰린 경험도 자산이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07 06: 16

이현호(23, 두산 베어스)는 지난 6일 잠실 LG전에서 쓴 경험을 했다. 5-2로 앞서던 9회초에 등판해 세이브를 기대케 하기도 했으나 볼넷 2개를 연속으로 주며 강판된 것. 마운드를 이어받은 노경은이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여 이현호의 평균자책점은 4.05로 치솟았다.
하지만 5월에 치렀던 이전 2경기에서는 긴 이닝을 책임지며 마운드를 지탱했다. 장원준이 조기 강판되며 대패했던 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3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흐름을 끊어주는 일을 했고, 대승을 거둔 어린이날 잠실 LG전에서도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훌륭했다.
6일 경기 전 만난 이현호는 싱글벙글했다. “성격이 밝은 편이고, 어디서 운동을 하든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며 이현호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 평소에도 동료들 사이에서 밝게 웃는 모습이 눈에 띄는 선수였다.

사실 장원준이 1군에서 말소되며 김태형 감독은 7일 선발로 이현호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3일 대구 삼성전이 우천 취소됐고, 3일 선발 예정이던 진야곱이 7일로 이동해 이현호의 선발 등판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지난달 15일 수원 kt전에서 데뷔 첫 선발로 나서 2⅔이닝 2실점하고 물러났던 아쉬움을 씻을 기회는 조금 더 기다려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선발 등판은 좀 아쉬웠다.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좀 들떴던 것 같다”는 이현호는 “마운드에서 위축되는 건 없다”고 덧붙엿다. “TV로 보면 내가 던지는 공의 코스가 넓은 편이 아니다. 칠 수 있으면 쳐보라는 생각으로 던지니 구속도 잘 나오게 된 것 같다. 강률이 형처럼 더 칠 수 없는 빠른 볼을 던지고 싶다. 지금은 140km대 중, 후반인데 150km를 꾸준히 넘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빠른 공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최고 150km까지 나왔다. 더스틴(니퍼트) 첫 경기(4월 10일 잠실 LG전) 때였을 것이다”라며 이현호는 당시를 떠올렸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잠시 고민하더니 “가진 것은 빠른 공의 구위다. 좌타자 바깥쪽과 우타자 몸쪽으로 잘 던질 수 있다. 약점은 타구 처리나 견제 등 수비다”라고 말을 이었다.
데뷔 5년차(상무 포함)를 맞아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모든 투수들의 공통된 꿈인 첫 승이다. 선발승이라면 좋겠지만 “캠프에서 선발 준비를 했는데 경쟁에서 밀렸다.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 같았다”는 그였기에 불펜에서 따내는 승리도 기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에이스인 니퍼트가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것은 악재였으나, 그러면서 두산은 이현호라는 유망주를 활용해볼 기회를 얻었다. 기존 투수들의 부진과 셋업맨 김강률의 부상으로 인한 불펜의 위기도 두려움 없는 피칭을 하는 이현호가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된다. 통산 첫 세이브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 이현호의 앞날에 대한 기대가 작아지지는 않는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첫 세이브 기회 무산에 좌절할 필요도 없다. 경기 전 이현호는 “나는 보직이 정해진 선수가 아니었다. 감독님이 (김)강률이 형의 빈자리를 나로 메우시진 않을 것 같은데 계속 잘 해서 그런 위치까지 갈 수 있다면 좋겠다”며 지금보다 발전해서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드러냈다. 어느덧 좌완 품귀 현상이 아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지는 두산에서 이현호는 자신의 손으로 좌완 왕국을 완성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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