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겠다" 사직 입성 박세웅의 각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7 09: 45

“아직까지는 딱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kt와의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세웅(20)은 첫 등판 이후 사직구장의 풍경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들을 보유한 롯데의 안방 사직구장은 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을 지켜보기 위한 팬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제는 가이드라인을 치고 경호요원들이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팬들의 수가 많다. 박세웅도 그런 모습이 마냥 신기한 듯 했다.
박세웅은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홈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4-10으로 뒤진 9회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을 소화했다. “팬들에게 인사를 하라는 의미였다”라는 이종운 롯데 감독의 말처럼 어떤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신고식’의 형식이 강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숙소로 향하는 박세웅의 눈에는 선수들의 퇴근길에 큰 환호를 보내는 팬들의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롯데 선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런 열성적인 팬들의 집합소인 롯데 유니폼을 입을지는 상상도 못했던 박세웅이다. 경북 지방 최고 명문인 경북고를 나온 박세웅은 “롯데라는 구단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여건상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다 온 것 같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당시는 신생팀 혜택을 받은 kt가 우선 및 1차 지명권을 대거 확보하고 있었고 박세웅을 지명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변으로 여겨졌던 때다. 때문에 kt 입단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박세웅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시즌 초반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 입단했고 이제는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는 위치에 이르렀다.
환경의 큰 변화지만 박세웅은 담담하게 적응하는 듯 했다. 장사진을 이룬 팬들을 보면서도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박세웅은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더라”라고 운을 뗀 뒤 “5일에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팬들을 보면서 ‘앞으로 잘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떠올렸다. 가능성이 아닌, 실력으로 당당히 사직 팬들에게 인정을 받겠다는 각오다.
부산에서 야구선수는 특수한 직업이다. 잘하면 모든 팬들의 환호와 열성을 독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다른 팀에 비해 더 많은 지적도 감수해야 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세웅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박세웅은 다소간 논란이 되고 있는 보직에 대해 “보직은 감독님이 정해주시는 것이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퇴근길 박세웅을 알아보는 팬들이 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롯데 마운드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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