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니퍼트 공략,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였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22 05: 57

삼성 라이온즈가 드디어 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 공포증을 이겨냈다. 류중일 감독이 제시한 미션을 선수들이 훌륭히 완수한 결과다.
삼성은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서 6-1로 승리했다. 두산 선발이었던 니퍼트는 6이닝 8피안타 2탈삼진 1볼넷 4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으로서는 니퍼트를 극복해낸 것이 승리보다 더 값진 수확이었다.
니퍼트는 이 경기 이전까지 삼성과의 19차례 맞대결에서 13승 1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강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삼성 킬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역시 삼성을 만난 7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2.72로 좋았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이룬 기간의 삼성을 상대로 이렇게 강한 투수는 없었다.

그래서 류 감독도 경기 전부터 걱정을 숨길 수 없었다. “(니퍼트는)키가 커 공이 위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다. 높은 코스의 공에 타자들은 방망이가 나간다. 높은 공을 건드리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타자는 그럴 수가 없다”며 류 감독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야에서 니퍼트의 공을 자주 보는 팀 동료 김현수 역시 공략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좌타자가 치기 정말 어렵다.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때 상대했는데 몸쪽 공이 날 맞힐 것 같은데도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더라”라는 것이 김현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삼성은 어려운 과제를 완수했다. 면밀한 분석, 그리고 더 당하기 힘들 만큼 당한 것이 나름의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에 두산의 도루를 2차례 저지하고 홈플레이트에서도 장원삼을 훌륭하게 이끌어 팀 승리의 주역이 된 포수 이흥련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주자 상황이 어떤지를 신경 쓰지 않고 투수와의 승부에 집중해서 쳤다. 퓨처스리그에서부터 타격감이 괜찮았다. 페이스가 괜찮아지는 것을 느꼈다”는 이흥련은 “예전에 니퍼트와 대결했던 기억을 떠올리려 했다. 엄청 낮게 보이는 공이 다 스트라이크였다. 그래서 오늘은 볼카운트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이미지를 그리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흥련은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 결과 2회초 바깥쪽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에 걸릴 수 있는 포심 패스트볼(중계방송 기준 145km)을 걷어 올려 선제 2타점 2루타를 때릴 수 있었다. 자신의 말대로 (높은 타점에서부터 내려와) 낮게 보이지만 스트라이크가 될 공이었다. 니퍼트를 상대할 때 애를 먹었던 부분이 치밀한 연구를 통해 공략의 키가 된 것이다.
이제 삼성은 니퍼트만 만나면 위축되는 모습을 벗어던질 수 있게 됐다. 니퍼트 역시 삼성전에 더욱 칼을 갈고 임할 것이다. 일방적인 강세는 깨졌지만 이로 인해 앞으로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경기에서 양 팀의 경기는 더욱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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