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쥐듯 살살’ 힘 빼고 구위 얻은 노경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23 05: 55

“살살 잡아야 하는데 세게 잡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마무리 노경은(31)이 감을 잡게 된 비결을 속 시원히 밝혔다. 노경은은 지난주 광주 KIA전 원정 2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했다. 마무리 윤명준이 흔들리자 두산은 허심탄회한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마무리를 변경하기로 했다. 새 마무리는 스프링캠프에서 마무리 후보로 낙점됐던 노경은이었다.
1군에 올라온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불펜에서 가장 중요한 보직을 맡았지만, 노경은은 조심스러웠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노경은은 “마무리가 아닌 마지막 투수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필승조와 추격조가 따로 없기 때문에 계투라고 생각하고 던질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잃었던 감각은 한 순간의 깨달음을 통해 되찾았다. 의외로 정상적인 피칭이 아닌 다른 과정에서였다. “롱 토스를 하면서 외야수처럼 던지는 연습을 했다. 공이 탁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립을 살살 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세게 잡고 있었다”는 것이 노경은의 설명이다.
살살 잡는다는 것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노경은은 “달걀을 쥐듯이 (팔을 들었을 때 공이) 툭 떨어질 정도로 잡는다. 백스윙 동작까지는 가볍게 올려서 놓을 때만 빠르게 던진다. 영점이 잡히고 안 잡히고가 그 차이였던 것 같다. 지금은 가볍게 던져도 145km가 나온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이 깨달음을 통해 광주 KIA전에서 호투할 수 있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는지 묻자 노경은은 “타자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힘으로 승부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제구가 여전히 약점인 것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2경기에서는 3⅔이닝을 책임지며 피안타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잠실로 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삼성과의 시리즈에서는 등판 기회가 없었지만 SK와의 3연전 첫 날인 22일에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팀이 4-3으로 앞서던 8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1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1373일 만의 세이브였다. 비결은 같았다. 노경은은 “(마운드 위에서) 혼잣말로 ‘가볍게’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던졌다. ‘세게’가 아닌 ‘빠르게’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노경은이 말한 ‘세게’와 ‘빠르게’는 초속과 종속 차이로 나타났다. “세게 하면 세게만 된다. 종속이 좋아야 하는데 지난 시즌엔 초속만 좋았다. 같은 구속이라도 구위가 떨어졌다”고 1년 전을 돌아봤다. 오랜 노력이 한 순간의 깨달음으로 돌아왔고, 이제 되찾은 감각과 구위로 신나게 공을 뿌릴 일만 남았다.
그토록 바랐던 것을 얻은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50개도 충분히 던질 수 있다. 경기가 접전이라 만약 연장을 가더라도 혼자 다 막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노경은은 “내 기록은 안 본다.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든든한 뒷문지기로 돌아온 노경은의 작은 변화가 팀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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