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말말말] "나바로에게 귀화하라고 해볼까"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5.25 05: 48

[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밀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배 나와서 블로킹은 안 될거야" - 한화 김성근 감독
김성근 감독은 23일 수원 kt전에 앞서 나이저 모건을 대체해 영입한 제이크 폭스에 대해 언급했다. 폭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포수(20경기)·외야수(47경기)·3루수(31경기)·1루수(24경기)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이에 대해 폭스는 “포수가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성근 감독에게 묻자 김 감독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긴 하다”면서도 “볼로킹은 안 될거다. 배가 나와서 맞고 튕겨나갈 것 같다”며 농을 쳤다. 하지만 폭스는 23일 kt전서 주루 플레이 도중 좌측 대퇴직근 좌상 부상을 입으며 4~6주 정도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결국 당분간은 폭스의 모습을 1군에서 볼 수 없을 것 같다.

▲ "태풍 더 빨리 올 수는 없나?" - kt 조범현 감독
조범현 kt 감독은 24일 수원 한화전에 앞서 느닷없이 태풍 이야기를 꺼냈다. 앞으로 6~7월에 최소 2~3개의 태풍이 들어 닥치는 소식 때문에 꺼낸 말이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태풍 더 빨리 오면 안 되나”라면서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는 kt가 4연패를 겪고 있는 상황과 맞물렸다. 어찌 보면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부진에 대해 하소연을 한 것. 그러나 kt는 이날 경기에서 14안타 13득점을 올리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이제는 자연의 태풍이 아닌 kt가 이변의 태풍을 일으킬 차례인 듯 하다.
▲ "나바로에게 한국 국적으로 귀화하라고 해볼까. 성도 나씨 하면 되고 딱 좋다" - 삼성 류중일 감독
23일 삼성-KIA전이 열리기 전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배팅 케이지 근처에서 장난을 치는 박석민과 야마이코 나바로를 바라보며 "쟤들은 항상 저렇게 장난을 친다. 나바로에게 한국 국적으로 귀화하라고 해볼까. 성도 나씨 하면 되고 딱 좋다"고 웃었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은 "나바로는 나씨하면 되고 피가로는 피씨하면 된다. 성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축구와 농구의 경우 귀화하는 사례가 간혹 있지만 야구는 아직까지 귀화 선수가 없다. 이들이 귀화할 가능성은 사실상 0%. 류중일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아닐까.
▲ "에이스 아닌가" - KIA 김기태 감독
김기태 KIA 감독은 23일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양현종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을 보냈다. 양현종은 4월 21일 롯데전 이후 4차례 선발 등판에 나섰으나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더구나 KIA는 전날 삼성에 1-8로 무너졌다. "에이스 아닌가".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이 이날 경기에서는 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김기태 감독의 진심이 통했을까. 양현종은 이날 8이닝 무실점(7피안타 1볼넷 9탈삼진)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직구 최고 150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의 위력이 돋보였다. KIA는 선발 양현종의 완벽투와 8회 브렛 필의 결승타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21일 사직 롯데전 이후 2연패 탈출.
▲ “옛날에 비하면 할배다” - SK 김용희 감독
SK의 사이드암 투수 박종훈은 까다로운 구질을 가지고 있는 점에 비해 제구가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상무 입대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박종훈은 상무에서 제구를 가다듬었다. 한 취재진이 2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이 문제를 지적하자 김 감독은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할배다(할아버지다)”라며 박종훈의 제구가 발전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박종훈은 이날 경기에서 4⅓이닝 4피안타 4탈삼진 4볼넷 4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 “희관이는 110개 넘겨도 괜찮다” -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 베어스는 선발투수들에게 투구 수 110개를 넘기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 2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이를 줄일 계획이 있는지 묻자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는 매 공을 전력으로 던지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유)희관이는 슬슬 던지는 공이 많아서 (110개를 넘겨도) 괜찮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답했다. 재미있는 것은 유희관 역시 이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 "관중이었네" -넥센 염경엽 감독
넥센은 22일 목동 NC전에서 0-10 영봉패를 당했다. 손민한, 이태양에게 9이닝 동안 안타 2개로 당했다. 염경엽 감독은 24일 당시 경기를 돌아보며 "아무도 나가질 않으니 내가 할 게 없더라"며 "끝나고 코치들에게 '오늘 난 관중이었네'라고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염 감독은 "NC전에서는 버티는 힘이 약하다. 내가 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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