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정신까지 탑재, ‘완벽 유닛’ 테임즈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27 05: 47

타석에서의 무서움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에릭 테임즈(29, NC 다이노스)에게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서 보기 힘든 장점까지 하나 더 있다.
테임즈는 이번 시즌 팀이 치른 45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4푼6리, 17홈런 52타점 11도루의 특급 성적을 찍고 있다. 타격 6위이자 홈런 단독 1위이며, 타점 부문에서도 팀 동료 이호준에 2타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도루는 공동 8위인데, 11번이나 성공하면서도 실패는 하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투수들을 위협했지만, 올해는 더욱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해 타율이 3할4푼3리로 올해와 3리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1년 전 4할2푼2리였던 출루율은 올해 4할6푼6리로 크게 뛰었다. 58볼넷 99삼진이 올해는 33볼넷 30삼진으로 바뀐 덕분이다. 2014 시즌을 37홈런으로 마감했지만 올해는 벌써 17홈런으로 장타력도 훨씬 성장했다.

수비력까지 일취월장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도 1루수로 나선 적이 없었던 테임즈는 한국에 오면서 1루수로 새롭게 태어났고,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13개의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실책이 1개밖에 되지 않는다. 생소한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1년 만에 정상급 수비 기록을 보여주는 테임즈의 집중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팀을 위한 희생정신은 그가 가진 가장 훌륭한 점이다. 테임즈는 지난 26일 마산 두산전에서 첫 타석에 삼진을 당한 뒤 만루홈런, 3점홈런, 솔로홈런으로 4타수 3안타 8타점을 올리고 있었다. 다음 타석에서 투런홈런을 때려낸다면 KBO리그 역사에 한 번도 없는 사이클링 홈런(솔로, 투런, 스리런, 그랜드슬램을 모두 치는 것)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테임즈는 팀을 위해 평생 오기 힘든 대기록 기회를 기꺼이 양보했다. 김경문 감독은 팀이 13-0으로 앞서던 7회초 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테임즈 대신 조평호를 투입하려 했다. 물론 대기록이 걸려 있었기에 선수 본인에게 의사를 물었다. 테임즈는 흔쾌히 경기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고, 7회초 테임즈를 대신해 조평호가 1루에 들어갔다.
앞선 네 타석 동안 8타점을 쓸어 담아 KBO리그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 기록(역대 13번째)까지 달성해 1타점만 추가하면 최고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지만 테임즈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후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데 집중했고, 팀이 이겨 만족한다. 팀에 도움이 되어 기쁘다”는 말만 남겼을 뿐이었다.
늘 성실하고 밝은 자세는 모범이 된다. 3연타석 홈런과 8타점의 비결은 역시 훈련이었다. 테임즈는 이에 대해 “어제 쉬고 오늘 아침에 빨리 나와 타격코치님께 도움을 받았다. 훈련 양을 늘린 것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뛰어난 타격 재능과 함께 성실성, 희생정신까지 갖춘 완벽한 타자가 바로 테임즈다. NC로서는 누구를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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