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혁 랩소디, 그 묵직한 메시지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5.27 10: 00

KIA 투수력이 좋아졌다. 팀 평균자책점(4.45)은 리그 4위이다. 작년의 8위에 비하면 환골탈태나 다름없다. 최근 선발투수들이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있다. 소방수 윤석민이 듬직하게 버티면서 불펜진도 달라졌다. 23승22패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KIA 변화의 중심은 마운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뀐 마운드에는 새 얼굴들이 많다. 2군에 잠시 내려간 박준표과 우완 필승맨 한승혁,  롱릴리프 홍건희, 그리고 선발 임준혁까지 작년까지는 제몫을 못했던 얼굴들이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30대 투수 임준혁의 등장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수 년간의 침묵을 깨고 존재감 있는 투수로 부상했다.
임준혁에게 지난 1년은 전쟁같은 시간이었다. 시즌을 마치자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우리나이로 31살. 참가한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30대 투수였다. 갓 입단한 신인과 유망주들 틈에서 훈련을 했다. 마무리 캠프의 특성상 훈련량은 혹독했다. 당시 그는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훈련량이 견기디 힘들 정도이지만 내색 하지 않고 어린 후배들에게 지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2003년 포수로 입단한 임준혁은 이듬해 투수로 변신했다. 그러나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주춤거리며 이렇다할 성적이 없었다. 겨우 2008년과 2009년 각각 40경기와 29경기에 출전해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 군입대까지 겹치며 2013년까지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이쯤되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1군의 희망도 보이지 않자 팀 관계자를 찾아가 방출까지 요청 했다. 실제로 2013년 11월의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수 임준혁을 낙점하는 팀은 없었다. 자신의 위치를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2014시즌 투수들의 집단 부상으로 기회가 생겼고 30경기에 출전하며 재기의 희망을 보였다.
2014년 마무리 캠프는 마지막 기회였다. 송은범 FA 이적, 양현종의 미국진출 도전 등의 변수가 생기면서 틈이 커졌다. 마무리 훈련에서 가장 많은 볼을 던졌고 가장 많은 운동량을 소화했다. 직구의 제구력과 볼끝을 끌어올렸고 퀵모션도 1.20초 내로 줄였다. 그의 절실함과 노력을 눈여겨 본 김기태 신임 감독과 이대진 투수코치의 신임을 얻어 스프링캠프까지 완주했다.
침울했었던 얼굴도 많이 밝아졌다. 개막을 앞두고 그의 보직은 롱릴리프로 결정났다. 그러나 개막 1경기만에 허리통증을 일으켜 한 달 넘게 개점휴업. 팀이나 본인에게는 5개월 노력이 아까웠다. 자신을 믿어준 감독과 팀에게 미안했던 임준혁은 다시 재활에 매달렸고 지난 5월 6일 1군에 복귀해 추격조로 2경기에 뛰면서 1승을 따냈다.
이어 5월 14일 광주 kt전에서는 생애 6번째로 선발등판의 기회를 받아 6이닝 비자책(2실점) 호투를 펼쳤다. 개인 최다이닝이자 첫 퀄리티스타트 투구였다. 지난 2008년 6월 27일 사직 롯데전 이후 6년 11개월만에 생애 두 번째 선발승을 따냈다. 구원승까지 더하면 통산 10승째였다. 
20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3회도 못버티고 4실점 강판했다. 역시 만만치 않은 1군 무대였다. 적극적인 승부만이 살길이었다. 26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6이닝동안 5피안타 5사사구를 내주면서도 6탈삼진을 곁들여 2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제구력이 흔들렸지만 무사 만루위기에서 삼진과 견제로 극복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투구수 100개, 구속 145km, 6이닝을 소화하는 임준혁의 등장은 마운드에는 호재이다. 갑작스럽게 발탁을 받았지만 준비된 선발이었고 로테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꾸준한 선발로 자리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임준혁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면 언제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제법 울림을 주는 임준혁 랩소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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