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6년만에 외야수 변신, 한화의 현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5.28 05: 59

한화 내야수 정근우(33)는 지난 25일 대전 KIA전을 마치고 텅 빈 그라운드에 가장 먼저 나왔다. 나머지 특타 멤버 5명이 쉴 새 없이 배트를 휘두르고 있던 그때 정근우는 홀로 글러브를 챙기고 외야로 나갔다. 중견수 위치에서 타자들이 치는 공을 좌우로 오가며 정신없이 받아냈다. 
역시 아무런 의미없이 한 훈련이 아니었다. 실전에서 쓰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27일 KIA전에서 정근우는 8회 수비부터 내야에서 외야로 옮겼다. 2루수에서 중견수로 이동했고, 중견수 이용규가 우익수로 위치를 바꿨다. 외야수들을 모두 다 쓴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의 선택은 '중견수 정근우' 카드였다. 
정근우는 8~9회 마지막 2이닝을 중견수로 소화했다.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큰 실수가 없었다. 9회 1사 2루에서 이성우의 높이 뜬 타구에 우익수 이용규와 부딪칠 뻔 했지만 콜플레이를 통해 양보했다. 이날 경기는 한화의 8-4 승리로 끝났고, 한화는 외야수 정근우라는 또 하나의 카드를 확인했다. 

정근우가 외야수로 나온 건 무려 6년만의 일. SK 시절이었던 지난 2009년 6월5일 대전 한화전에서 8회 2루수에서 우익수로 이동하며 1이닝만 소화한 것이 가장 최근 외야수 경험이었다. 그로부터 2179일 만에 외야수로 나섰다. 국가대표 최고 2루수 정근우가 지난 6년 동안 굳이 외야로 나갈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외야수 김경언이 지난 26일 KIA전 사구 후유증으로 종아리를 다쳐 1군 엔트리에서 제외, 최소 한 달 이상 재활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외국인 외야수 제이크 폭스도 내야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질주하던 중 햄스트링이 올라와 전반기 복귀가 불투명하다. 
이용규도 허리 통증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 그마저 빠질 경우가 외야가 휑해진다. 김성근 감독은 "외야를 할 사람이 별로 없다. 2군에도 외야가 없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KIA와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오준혁과 노수광을 내보낸 상황이라 2군에서도 포수 박노민이 중견수를 볼 정도로 인원이 많이 모자라다. 
정근우의 외야수 등장도 부상자 속출에 따른 불가피한 고육책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정근우가 외야수로도 어느 정도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쓰임새를 높일 수 있다. 정근우는 프로 초창기 외야 경험이 있는 선수다. 2006년 40경기, 2007년 2경기, 2009년 1경기 그리고 이날까지 총 44경기를 외야로 뛰었다. 
정근우는 27일 KIA전을 마친 뒤 외야 수비를 나선 것에 대해 "내야보다 거리가 멀게 느껴졌지만, 어제 충분히 연습해서 그런지 크게 낯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근우의 깜짝 외야수 출장이 한화 외야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외야수로도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부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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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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