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과 아쉬웠던 운영의 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29 06: 00

지난 27일 마산구장에서 있었던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벤치클리어링은 28일 양 팀 감독과 주장, 그리고 당사자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서로 사과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해당 선수들이 징계를 받았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갈 문제들은 남아 있다.
KBO는 2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라운드에 공을 던진 민병헌이 상대 선수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 것으로 판단해 출장정지 3경기와 유소년 야구 봉사 40시간이라는 징계를 부과했다. 1군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벤치클리어링에 참여한 홍성흔 역시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들 중 홍성흔의 경우 벌금 100만원 처분이 내려졌지만,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도 있었다. 1군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1군과 동행하고 있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벤치클리어링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기밖에 모르는 선수’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그래서 징계를 당할 것을 예상했더라도 현실적으로 빠지기는 힘들었다. 홍성흔은 클럽하우스 리더 격이기에 모르는체하기 더 어려운 위치다.

어쨌든 이 벤치클리어링 도중 그라운드로 공이 날아들었고, 심판은 장민석이 그 공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장민석을 퇴장 조치했다. 물론 장민석이 아니라 민병헌이 했다는 사실은 추후에 밝혀졌다. 원래대로라면 7회초 민병헌이 퇴장되었어야 하지만, 심판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누가 공을 던졌는지를 선수에게 물어 장민석을 퇴장시키는 바람에 장민석은 출전 기회를 잃었고, 민병헌은 타석에 한 번 더 들어섰다.
엄밀해 말해 두산은 심판을 속인 것이고, 심판은 선수의 주장만 믿고 속아 넘어가 생긴 일이다. 심판이 공 던진 선수를 찾으러 왔을 때 박건우와 민병헌, 장민석이 모두 손을 들었는데, 이 상황에 대해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징계위원회 직후 전화통화에서 “장민석이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이 그랬다고 주장해 퇴장시켰다”고 밝혔다. 잘못을 저지른 측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당시 주심이었던 윤상원 심판원은 28일 경기 전 전화통화를 통해 “(그 상황에 대해)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죄송하다”고 짧게만 말했다. 이에 도 위원장에게 왜 좀 더 시간을 두고 정확한 판단을 하려 하지 않고 선수의 말만 들었는지 묻자 “그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본인이 시인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때 만약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결정했을 것인지 다시 묻자 도 위원장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차라리 그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면 판단을 유보한 뒤 추후 영상 등을 분석하고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게 자기 행동을 인정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높일 수 있었으나, 엉뚱한 선수를 퇴장시킨 뒤라 심판은 할 말이 없어지게 됐다. 결정적 오심을 한 것과 같으니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처지다.
사실 그 이전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계속해서 타자가 타격 준비를 하기 전에 와인드업을 시작해 타격 기회를 차단하려 한 에릭 해커에게 윤상원 주심이 주의를 주었거나 아예 오재원의 타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해커나 오재원이 심판에게 항의할 상황은 생길 수 있었지만 그라운드로 공이 날아드는 일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경기 스피드업을 생각해도 이 점은 아쉽다.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선수 측의 일방적인 불만 표출이다. 반면 벤치클리어링은 양 측의 갈등으로 인한 충돌이다. 지속 시간, 다시 말해 경기 지연 시간이 훨씬 길다. 심판 판정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선수나 감독은 합의 판정을 제외하면 결과를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항의를 그리 오래 끌지는 않는다. 그러나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면 시간이 훨씬 늘어진다. 전적으로 우발적인 상황이라면 어렵지만, 보통의 경우 벤치클리어링까지 가는 것만은 막기 위해 심판이 둘 중 한 쪽에게 먼저 주의를 주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사전에 끊지 못한 위험요소가 터지며 한 순간이 부른 벤치클리어링의 파장은 괘 오래갔다. 책임져야 할 선수를 빨리 찾아내 퇴장시키고 경기를 속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잘못을 정확히 가리는 것은 더욱 중요했다. 심판은 경기를 원활하고 ‘빠르게’ 끌고 가야 하지만 ‘바르게’ 이끄는 것이 더 필요한 덕목이라는 교훈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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