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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던지는 프로야구, 이게 의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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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야구는 위험한 스포츠다. 선수들의 안전, 심지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흉기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보기에는 작지만 이 단단한 공은 언제든지 선수들의 강속구로 돌변해 선수들의 치명적인 부위를 향할 수 있다. 야구 배트는 조직 폭력배들의 무기로 애용(?)될 만큼 역시 그 위험도가 크다. 잘못 쓰면 정말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야구는 남자의 스포츠라고 한다. 그만큼 거칠고 위험한 스포츠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치명적인 도구가 경기 중에도 수없이 오고 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복이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 선에서는 허용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위험하기 때문에 서로 다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면서 자칫 풀어질 수 있는 그 중심을 잡아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한다. 그런 까칠한 줄타기 속에 오늘도 전 세계 곳곳에서 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요즘 프로야구는 흔들림 없이 지켜왔던 그 중심이 흐트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풀어지고 있다. 어떤 선수는 경기에 진 뒤 그라운드에 배트를 집어던졌다. 특정 선수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험한 방식의 분풀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떤 선수는 벤치클리어링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겨냥해 공을 전력으로 던졌다. 빗나가서 망정이지 만약 공이 선수의 몸에 맞았다면 부상은 물론 과열된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을 뻔했다. 여기에 보복구로 의심되는 공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한화는 시즌 초반 빈볼 시비로 홍역을 겪었다.

경기를 하다보면 어떤 상황에 화가 날 수도 있고 그 분을 풀기 위해 우발적으로 돌발 상황을 나올 수는 있다. 일반인들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뭔가의 분풀이 대상이 필요하지 않은가. 선수들이 성인군자가 아닌 만큼 고의가 아닌 실수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치열한 승부 속에 이상한 쪽이 과열되는 기분은 지울 수 없다. 오죽했으면 선수협도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그런 플레이가 이제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여기서 하나 더 이상한 일이 있다. 바로 선수들의 사후 대처법이다. 대개 다른 스포츠도 그렇지만, 프로야구도 ‘의리’라는 단어가 큰 영향력을 미친다. 동료들이 다치는 것에 선수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의리라는 대명제 속에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시키는 분위기가 있다. 여기까지도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의리를 지키는 방식이 ‘흉기’를 던지면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그 흉기를 던지는 행위는 의리라는 단어 속에서 다시 포장되고 또 쉽게 잊힌다.

빈볼을 던진 팀은 끝내 ‘지시자’가 밝혀지지 않았다. 감독과 선수가 대표해 벌을 받았으나 지시자는 뒤에 숨어 버렸다. 배트를 던진 팀에서 설전의 최전선에 나섰던 주장은 “독기를 가지라는 뜻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 다음에도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먼저 나설 것이다”라고 했다. 비록 경기가 끝난 상황이기는 했지만 배트를 던진 행위에 대한 해명과 사과는 없었다.

공을 던진 팀은 본의 아니게 ‘미담’이 생겼다. 공을 던진 사람은 한 명인데, 자신이 공을 던졌다고 세 명이나 손을 들었다. 결국 애꿎은 선수가 퇴장을 당했고 가해자는 그날 경기 끝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있었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에서 거짓이 벌어졌고 당사자는 그 다음 날에야 고백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일지만 여론에 떠밀렸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발표 시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타 팀에 기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마음, 동료들을 위한 마음씨는 이해하지만 이건 뒤에 숨어 있을 일도 아니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야 할 것도 아니고 훈훈하게 받아들여야 할 미담은 더더욱 아니다. 선수단 결속을 위해 빈볼을 던지고, 배트를 던지며, 또 공을 던진다는 게 과연 그들이 말하는 ‘의리’라는 단어에 부합할 정도로 멋있는 일인지 또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지만 진정한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 설사 “곧 잊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제일 곤란한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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