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남모를 선행’ 박계현 야구를 잘해야 하는 이유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김태우 기자]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고 싶어도 야구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돈 때문이었다. 장비 등 여러 부문에서 야구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것도 꽤 큰 금액. 박계현(23, SK)은 이런 세상의 냉정한 현실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한창 꿈을 키워도 모자랄, 중학교 때의 일이었다.

SK 관계자들은 박계현을 두고 “보면 볼수록 의젓한 선수”라고 말한다. 다소 딱딱해 보이는 첫 인상 때문에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렵지만 알면 알수록 속이 깊고 심성이 착한 선수라는 것이다. 그런 박계현의 마음씨를 잘 대변하는 것이 바로 기부다. 박계현은 빡빡한(?) 월급을 쪼개 이곳저곳에 기부를 한다. 박계현의 올해 연봉은 4100만 원. 또래보다는 많은 월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장비 등에 들어가는 돈을 고려하면 기부 결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박계현은 기부 이야기에 대해 묻자 놀랐다. 주위에 알리지 않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많은 돈이 아니다. 자랑할 일도, 알릴 일도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던 박계현은 계속된 질문에 “몇 군데 기부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양준혁 선배님이 운영하고 계신 멘토리 야구단”이라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박계현이 멘토리 야구단에 기부를 하는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중학교 때 야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라고 떠올린 박계현은 “멘토리 야구단의 구성원이 내 중학교 시절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다. 내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멘토리 야구단은 다문화, 저소득층, 탈북민, 보육 시설 아동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역시 다른 이들의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계층이다. 박계현이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다.

기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봉사활동이다. 박계현은 비시즌 중 멘토리 야구단을 찾아 아이들에게 야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계현은 “사실 내가 기부하는 돈은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봉사활동은 직접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한다. 역시 비시즌 때 쉬기 바쁜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겨울나기다.

어쩌면 멘토리 야구단에 대한 기부는 현재의 박계현에게도 도움이 된다.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며 현재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땅볼을 치고도 1루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 매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런 아픔을 밖으로 표출하려는 움직임일지 모른다. 실제 박계현은 올 시즌 SK의 선수 중 가장 “눈빛이 살아있다”라는 호평을 받는 선수다.

팀 내에서도 입지를 더해가고 있다. 2루와 3루를 오가며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고 빠른 발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타격이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서서히 감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 박계현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최정이 부상으로 빠진 3루 자리를 꿰차며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 기부 이야기에 대해 “꼭 알려야 하느냐”라고 묻던 박계현은 이내 “더 많은 기부를 하기 위해서라도 야구를 잘해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절박함과 뚜렷한 목표 의식을 잃지도 않았다. 대개 이런 선수는 실패하지 않기 마련이다.

skullboy@osen.co.kr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