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선' KBL, 흔들리는 프로농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6.30 05: 59

KBL이 발빠른 행보를 통해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발 빠른 행동에 비해서는 너무 위험한 행보도 함께 걷고 있다.
KBL은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센터에서 승부조작-불법 스포츠 도박에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기 KBL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KBL의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재는 "최근 발생한 프로농구계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의혹 사건들로 농구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 말씀 드립니다"라며 취재진과 농구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지난 2003년 강동희 전 감독 사건 이후 다시 생긴 의혹에 대해 미리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도모해 빠르고 확실한 해결을 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문제점은 여러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전창진 감독은 아직 범인이 아니다
전 감독은 2014-2015 시즌 부산 kt 감독 시절인 지난 2월말∼3월 5개 경기에서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돈을 걸어 2배 가까운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 감독이 3∼4쿼터에 후보 선수를 투입해 일부러 패배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첩보에 따라 승부조작 혐의도 캐고 있다.
이미 전 감독은 지난 25일 경찰에 출석해 16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7월 1일 다시 조사를 받는다. 그러나 현재 전창진 감독의 혐의가 완전히 밝혀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전 감독은 현재 범인이 아니다.
그러나 KBL은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해 질 수 있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전 감독에 대해 2015-2016 시즌 등록을 보류했다. 2015-2016 시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이달 30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KBL은 30일 전 감독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뒤 7월 초 재정위원회를 소집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는 전 감독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상황에서 KBL이 섣부르게 움직이면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 총재가 경찰 조사와는 별개라고 강조했지만 전 감독의 문제를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
또 피해자는 전 감독을 영입한 KGC다. 비록 전 감독이 조사를 받으며 정상적으로 지도를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격논란까지 생긴다면 전 감독에 대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밖에 없다. 수익 보다는 이미지를 중요시 하는 현 프로스포츠 상황에서 KGC가 선택권의 범위는 크지 않다.
KBL에서 한 획을 그은 감독을 영입해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는 KGC와 면밀하게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GC는 KBL의 결정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갑작스럽게 생긴 문제로 인해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NBA도 가비지 타임은 있다
김영기 총재는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6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KBL 윤리강령을 제정해 시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물의 유발로 명예를 실추한 인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팬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한다. 경기운영에 대한 농구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로 불성실한 경기라는 평가 시 심의 대상 경기로 분류한다.
연대 책임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자하는 의도로 소속 구단 내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공동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KBL은 샐러리 캡 및 인센티브를 연계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단 팬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배심원 같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KBL 관계자는 "아직 완벽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예를들면 팬 의견을 수렴해서 판단한다는 점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프로 스포츠도 경기 운영에 팬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해결해야지 직접 참여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KBL 규약에 따라 김 총재는 "앞으로는 좌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현재 정해진 규약 뿐만 아니라 더 자세하게 세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 내용면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감독들도 많은 노력을 했겠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된다면 반드시 따져 보겠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도 심각하다. 경기를 KBL이 지배하겠다는 의지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선수 선발과 출전 그리고 전술 운용은 감독의 권한이다. 팀 사정에 따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상황도 생긴다. NBA의 경우에도 선수들의 체력 분배를 위해 경기 초반이나 막판에 2진급 선수들을 내보낸다. '가비지 타임(Garbage Time)'이 그것이다.
 
그러나 KBL이 어떤 세부적인 규정을 만들고 판단할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경기 자체에 대한 간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심판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경우는 있지만 연맹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이야기가 나온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KBL이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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