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이병헌, 배우의 속죄는 진실한 연기로 돌아온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6.30 07: 53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배우 이병헌이 돌아왔다. 연기로는 국내 첫 손가락에 꼽히는 배우다.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제대로 인정을 받은 한국 톱스타도 이병헌과 김윤진, 두 남녀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뼈아픈 실수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뒤 스크린에 복귀했다.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전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에서 사이보그 T-1000으로 등장한 이병헌, 10분여 출연 분량에서 남다른 존재감으로 아시아를 휩쓴 한류스타다운 면모를 뽐냈다.
2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터미네이터5' 언론 시사회장. 일찍부터 가득찬 '터미네이터5' 상영관 객석에는 야릇한 긴장이 감돌았다. 'TI 5'를 다시 본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이병헌의 복귀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진 때문이다. 떡만큼이나 떡고물에도 관심이 많은 게 연예기자들의 생리. 수입사인 롯데시네마 관계자들도 "영화 리뷰보다 이병헌씨 스캔들 관련 기사들이 더 쏟아지지 않겠냐"고 일찌감치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진짜 연기파 배우의 존재감은 이런 위기에서 곧잘 빛을 발휘한다. '터미네이터5'는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 콤비가 가공할 위력을 가진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신한 인간 저항군 리더이자 사라의 아들 존 코너(제이슨 클락)와 맞서는 스토리. 이병헌은 존 코너 측 사이보그 T-1000으로 분해 냉혹한 눈빛 하나 만으로 객석에 냉기를 채우고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대사는 고작 한 마디뿐이고 T-1000 등장 시간은 극 초반 10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관객들이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이병헌의 사생활 흠잡기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의 열연과 '터미네이터5' 속 위상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배우 이병헌은 역시 연기자 이병헌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병헌 자신이 스크린 안에서 온 몸으로 보여준 덕분이다. 
액체금속 로봇 T-1000으로 분한 이병헌은 자유로웠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T-800 보다 한 단계 진화한 T-1000은 접촉만으로 세상 어떤 형태의 물질로도 모습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인간 저항군에 있어 T-1000은 가장 공포스러운 로봇이지만, 녹는 점 이상 되는 열을 지속적으로 가하면 이상이 생긴다. 이를 간파한 사라 코너와 T-800에 의해 결국 T-1000은 제거 당한다. 그의 지속적인 활약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는 게 OSEN 'TI-5' 리뷰 가운데 한 토막이다. 이병헌의 존재감은 이렇듯 깊고 묵직하게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터미네이터5' 국내 개봉을 앞두고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에밀리아 클라크 등 주연 배우들은 오는 7월2일 영화 홍보를 위해 서울을 찾는다. 블록버스터 흥행작 '레드2' 국내 정킷 당시 브루스 윌리스 등과 함께 서울 레드카펫에 섰던 이병헌은 이번 'TI5' 정킷에는 불참한다. 본인 자신이 아직 국내 팬들 앞에 떳떳이 고개를 들고 나서기 미안한 측면도 있겠지만 현재 미국에서 차기작 '황야의 7인' 촬영이 한창이라 일정 빼기도 힘들었다는 전언이다.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던 이병헌이 지금의 곤란한 상황에 처한 건 지난해 9월 시작된 이른바 '50억 원 협박 사건'에 휘말리면서다. 막상 협박을 당한 당사자로서 그도 할 말이 많았겠지만 '유부남'이자 '톱스타'인 그에게 여론은 철저치 등을 돌렸다, 속죄와 반성만을 강요했다.
법원 승소와 상관없이 그는 마치 범죄자인냥 은둔하며 고난의 삶을 살았고 그를 받아주고 새 생명까지 만들어준 아내에게도 힘든 생활이 이어졌다. 이병헌이 진정 용서를 구하고 미안해할 상대는 아내였고 가족은 사랑의 힘으로 다시 뭉쳤다. 아직도 마냥사냥 열기가 식지않은 국내 여론에 이병헌이 할 변명은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협박에 속수무책 당할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만든 건 그 자신이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은 참는 게 낫지 않을까.
'터미네이터5'는 이병헌의 주연 작품이 아니다. 진정한 이병헌의 컴백은 오는 8월 개봉할 한국형 블록버스터 '협녀'에서 이뤄진다. 고려 말을 배경으로 세 검객의 운명을 그려내는 '협녀'는 액션은 물론 심도 깊은 감정 연기까지 이병헌의 매력을 십분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협녀' 크랭크아웃 이후 "진짜 물건이 나왔다"는 입소문이 꾸준히 나돌 정도의 기대작이다.
하지만 ‘협녀’는 이병헌을 향한 협박 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개봉 시기가 계속 미뤄지는 난항을 겪었고 이제야 일반에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개된 예고편 속 이병헌은 별다른 액션없이도 특유의 깊은 눈빛 연기로 화면을 압도했다. 함께 출연하는 전도연과 김고은의 카리스마도 인상적이란게 영화기자들의 전언이다.
협녀'는 혼돈의 고려 말, 천민으로 태어나 왕의 자리를 탐해 연인을 버렸던 야심가 유백과 협녀 월소, 그리고 월소와 꼭 닮은 여검객 홍이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영화다. 이병헌-전도연을 비롯해 김고은, 2PM 준호, 이경영, 배수빈 등이 출연한다.
이병헌은 '협녀' 홍보부터 국내 팬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돌팔매가 쏟아지더라도 그가 가야될 가시밭길이고 업보라는 걸 본인도 잘 안다. 그럼에도 그가 대중 앞에 설 마음을 굳힌건 세상에 그가 가진 두 가지, 가족과 영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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