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민 재발견’ 두산, 아킬레스건 메워진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7.04 06: 06

고영민(32)이 화려한 복귀쇼를 펼친 두산 베어스가 팀의 아킬레스건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일 1군에 복귀한 고영민은 등록 3일째에 일을 냈다. 3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넥센과의 경기에 교체 출장한 고영민은 팀이 5-7로 뒤지던 8회말 2사 만루에 김대우를 상대로 천금같은 2타점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0회말 1사 1, 3루에 다시 나와 김정훈을 공략해 크게 튀며 내야 좌측을 빠져나가는 끝내기 안타까지 터뜨렸다.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존재감을 알린 고영민은 수비에서도 승리에 기여했다. 7-7로 시작한 9회초 1사에 김민성이 우전안타 혹은 2루타가 될 수 있는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는데, 1루수 고영민은 몸을 날리며 이 타구를 직선타에 그치게 했다. 주자를 내보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위기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 나온 소중한 아웃카운트였다.

공수에서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던 것들을 고영민이 해주며 두산은 꼭 필요했던 1승을 챙겼다. 개막전 1루수였던 김재환부터 데이빈슨 로메로까지 모두 수비에서 불안한 면을 드러낸 가운데 수비가 좋았던 오재일은 방망이가 터지지 않았다. 그래서 1루수는 두산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였는데, 고영민은 공수에서 활발한 플레이로 눈도장을 받았다.
주전은 아니더라도 로메로의 출전이 어렵거나 3루수로 나설 때, 혹은 경기 중 교체될 때는 고영민이 1루수 대안일 수 있다. 원래 전문 2루수 출신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오재원을 대신해 2루도 언제든지 커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주루 센스가 좋아 대주자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김재환, 최주환 등 좌타자 대타요원이 많은 두산엔 우타자 대타감이 적었는데, 고영민이 지금처럼 타격을 해준다면 좌투수 상대 대타도 고영민의 몫이다.
끝내기를 친 뒤 고영민은 “그간 잊혔던 시간이었다. 조금 나은 모습을 보여 뜻 깊다. 순위 싸움에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시점이고, 뒤늦게 나온 나에게도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기 때문에 선발이든 백업이든 자리를 가리지 않고 계속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앞으로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줄곧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에도 변화가 있었다. 주요 멤버 중 하나인 노경은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불펜은 궁여지책을 썼다. 야수 하나를 줄이는 대신 투수 1명을 늘려 불펜을 양적으로 풍부하게 만든 것이다. 두산은 3일 노경은과 함께 외야수 정진호를 내리고 두 명의 우완투수(조승수, 박종기)를 불러들였다.
다행스러운 점은 ‘더블 스토퍼’의 활약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3일 잠실 넥센전에서 두산은 오현택과 이현승을 투입해 9회초와 10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10회초 실책으로 무사 1, 3루가 된 뒤 올라온 이현승은 박헌도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 만루가 된 후에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3개를 내리 잡아내 시즌 첫 승도 따냈다. 앞으로 함덕주, 이재우, 노경은 등 기존 구상에 있던 선수들이 불펜에 가세하면 더욱 숨통이 트인다.
오랜만에 제 몫을 다해준 고영민을 보며 두산은 백업 1루수, 대타와 대주자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이제 불펜에서도 새 얼굴이 신선한 반란을 일으킨다면 선두 추격을 계속할 원동력을 얻는다. 시즌 전부터 김태형 감독의 기대를 받았던 조승수가 앞으로 보일 투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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