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투수 박세웅 슬라이딩 투혼, 롯데 깨울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7.04 06: 00

가끔씩 경기 막판 선수가 부족하면 투수가 대주자로 나가는 경우가 있다. 웬만한 투수들의 달리기 속도는 야수들에 못지 않고, 슬라이딩 기술 역시 중고교때 기본적으로 배운다.
그런데 한 이닝에 2명씩이나 투수 대주자가 투입된 경우가 3일 사직구장에서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연장 12회말 7-8로 뒤진 롯데는 선두타자 최준석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당연히 대주자가 투입될 타이밍, 그렇지만 엔트리에는 정훈 하나만 남아 있었다.
정훈은 지난 주말 넥센 히어로즈 3연전 도중 종아리에 투구를 맞아 주루플레이가 힘든 상황이다. 타격연습도 3일 경기에 앞서 처음 시작했다. 때문에 대주자 투입이 절실한 상황, 결국 투수조 막내 박세웅이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헬멧을 쓰고 1루에 나갔다.

박종윤이 뜬공으로 아웃된 이후 김태륙 타석에서 대타 정훈이 등장했다. 정훈이 안타를 치고 1사 1,2루가 됐는데, 주루플레이가 불가능한 정훈 대신 이번에는 투수조 최고참 이정민이 대주자로 투입됐다. 이정민과 박세웅 모두 KBO 리그에서는 대주자 출전이 처음이다. 게다가 한 경기 투수 대주자 2명 투입 역시 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
계속되는 2사 1,2루, 안중열이 3-유간을 꿰뚫는 좌전안타를 쳤다. 다소 짧은 안타, 2루에 있던 박세웅은 최소 동점이라도 만들어보고자 홈까지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주루코치 역시 힘차게 팔을 돌렸다. 그렇지만 좌익수 이명기의 송구는 정확하게 홈으로 향했고, 박세웅은 블로킹에 걸려 아웃을 당했다.
사실 아찔한 장면이었다. 박세웅은 자신이 투수라는 걸 잠시 잊은 듯 과감하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그것도 보호장구를 착용한 포수 이재원이 버티고 있는데 말이다. 이재원이 다소 느슨하게 블로킹을 했기에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이재원의 무릎에 박세웅의 얼굴이 걸렸고 홈을 향해 뻗은 왼손 역시 위태로웠다.
결과는 아웃이지만 박세웅은 포기하지 않고 세이프를 주장했다. 흥분했는지 다급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그건 꼭 이기고 싶다는 투혼이었다.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이 인정돼 경기는 그대로 끝났지만, 막내 박세웅이 몸을 사리지 않고 몸을 날린 건 승리를 향한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최근 롯데는 팀 성적이 좋지 않다. 선수들이 지는 데 익숙해지는 걸 가장 경계해야 한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박세웅이 홈에서 보여준 투지는 선배들에게도 유무형의 영향을 줬음에 틀림없다. 과제는 그걸 이제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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