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투혼' 박정진, "지금 하루하루가 행복"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7.05 06: 02

"이렇게 행복한 일도 생기네요".
한화 박정진(39)은 1976년생으로 우리나이 불혹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다 49경기에 등판했다. 구원 투구이닝도 65⅔이닝으로 리그 2위. 그럼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한화 불펜의 전천후 투수로 누구보다 자주 나와 길게 던지고 있다. 2010년부터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그이지만 올해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은 처음이다. 불혹의 나이에 커리어하이 시즌이다.
▲ 철저한 몸 관리 노하우

지난해까지 한화 투수코치로 몸담았던 정민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올해 가장 놀라운 것은 정진이다. 이전에는 연투를 할 때 몸이 받쳐주지 않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회복력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박정진이 진정한 프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팀에서 자기 위치에서 해야 할 것이 뭔지 이해했다. 철학과 의식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정진은 "프로라면 항상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경기에 나가든 그렇지 않든 제대로 만들어놓고 준비한다.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에 나갔을 때 어떻게 하면 데미지를 덜 입을지 노하우가 쌓였다"며 "좋은 공을 못 던지고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면 경기에 나갈 필요가 없다. 이길 수 있는 볼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그걸 관리하는 것도 능력이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몸에 무리가 간다 싶으면 박정진 본인이 휴식을 요청한다. 그는 "예전에는 무조건 괜찮다며 던졌지만 지금은 다음날 데미지가 갈 것 같으면 하루를 완전 쉰다. 감독님과 투수코치님께서 배려를 해주시고, 트레이닝코치 분들도 몸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잦은 등판으로 내년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박정진은 "나도 2010~2011년 많은 경기에 던지며 경험해봤다. 비시즌 때 어떻게 몸 관리를 하느냐에 다음해가 결정된다. 시즌이 끝나면 어떻게 할지 트레이닝코치님들과 벌써부터 의논하고 있다. 한 번 실패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를 잘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 하루하루 공 던지는 게 행복
5승1패1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47. 블론세이브가 전무한 투구 내용은 리그 구원투수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그래도 그는 "지금 몸이 아프지 않고 페이스가 좋지만, 시즌 끝날 때까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아침 일어날 때 달라질 수 있는 게 몸이기 때문에 그날의 한 경기, 한 타자, 공 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한화의 뜨거운 인기와 함께 박정진의 투혼이 주목받았고, 팬투표로 중간투수 올스타 베스트 발탁도 유력하다. 2011년 감독추천에 이어 두 번째 올스타가 된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올해 중간투수 부문이 신설돼 본의 아니게 1등을 하고 있다.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한 팀의 한 선수로 열심히 던지다보니 이렇게 행복한 일도 생긴다"는 게 박정진의 말이다.
우리나이 40세, 불혹의 나이에 대해서도 의연했다. 그는 "대단하다면 대단해 보이겠지만 그냥 나이를 잊고 하면 아무렇지 않은 듯하다"며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 공 위력이 떨어지고, 내가 느끼기에 타자들에게 밀리고 버거우면 그때 준비해야 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 박정진에게 은퇴 이야기는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한다. 내 공과 능력이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당장은 하루하루 운동장 나와서 공을 던지는 자체가 행복하다. 내가 던져 팀이 이기면 행복이 두 배가 된다". 나이를 잊은 박정진의 투혼, 행복한 마음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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