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3할' kt 반전 이끈 조범현의 뚝심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7.08 05: 58

최근 최하위 팀 kt 위즈가 상승세를 타며 반격 태세에 나섰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승수 자판기’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제는 KBO 리그 순위 싸움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kt의 반전에는 창단 직후부터 팀을 혹독하게 키워온 조범현 감독의 뚝심이 있었다.
kt는 5월까지만 해도 10승 42패(승률 1할9푼2리)로 2할 대에 못 미치는 승률을 기록하며 최하위에 처졌다. 투타 모두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팀 평균자책점은 5.77, 팀 타율 역시 2할4푼1리로 바닥을 쳤다. 하지만 6월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6월 11승 12패에 이어 7월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 6월부터 현재까지 승률 5할3푼6리로 창단 후 가장 매서운 상승세에 있다.
초반 부진 때는 시즌 100패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서서히 세 자릿수 패배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kt가 이만큼 올라 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조 감독의 뚝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kt가 창단 첫 감독으로 조 감독을 선임한 이유 역시 이처럼 팀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충분했기 때문. 조 감독은 대형 트레이드와 외인 타자 2인 체제 등과 같은 승부수로 단숨에 팀의 전력을 끌어올렸다. 어린 투수들이 즐비한 마운드 운용도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처져있던 kt가 반등할 수 있었던 첫 번째 계기는 역시 포수 장성우의 영입이었다. kt는 5월 2일 팀 내 최고 유망주 박세웅을 포함시킨 롯데와의 4대5 초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KBO 사상 가장 많은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 중심에는 박세웅과 포수 장성우가 있었다. 박세웅은 조 감독이 지난해까지 가장 공을 들여 키웠던 미래 에이스였으나 최악의 성적을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돌파구였다. 장성우가 어린 투수들을 잘 이끌어줄 대형 포수라는 기대가 깔려있었다.
그리고 트레이드 카드는 적중했다. 장성우는 정대현, 엄상백 등 어린 선수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과의 호흡까지 완벽했다. 조 감독은 “상황 상황에 따라 리드하는 응용력이 뛰어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팀의 공격력에서도 장성우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다. kt 이적 후 타율 2할9푼7리 4홈런 31타점의 맹활약. 외국인 타자 2명 뒤에 장타력을 갖춘 장성우가 버티고 있으니 든든했다. 여기에 함께 트레이드로 온 외야수 하준호가 주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kt는 이후에도 백업 포수 용덕한을 내주고 오정복-홍성용을 NC에서 데려왔다. 오정복은 kt 이적 후 결승타 3개를 때려내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홍성용도 좌완 불펜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오정복의 가세로 외야진은 치열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고 김사연, 하준호도 맹타를 휘두르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안심할 수 없을 만큼 외야진이 탄탄해졌다.
외국인 타자 2명을 활용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부진한 앤디 시스코 대신 타자 댄 블랙을 영입했고 팀 타선은 짜임새가 생겼다. 블랙의 가세로 중심타선이 강해졌고 kt는 6월 이후 팀 타율 2할9푼8리(2위) 37홈런(1위)으로 공격 부문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다소 불안한 마운드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조 감독은 외인 타자 2명을 활용하면서 젊은 투수들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마운드를 다듬고 있다.
마운드 운용도 돋보인다. 조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일주일 1번 등판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kt는 옥스프링을 제외하면 정대현 엄상백 주권 등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선발 자원이 많지 않은 만큼 운용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절대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 정대현이 5월 말부터 매 경기 7이닝을 소화하며 호투했으나 충분한 휴식일을 줬다. 1군 경험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조 감독의 철칙. 시즌 초에는 정대현이 제 페이스를 찾을 때까지 철저히 투구수를 관리했다.
중간 계투진에서도 김재윤을 필승조로 키우기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 김재윤은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김재윤을 바라보는 조 감독의 시선은 조심스러웠다. 올해 1월부터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했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 초반 등판에선 위기 상황에서 김재윤을 절대 쓰지 않았다. 오히려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마운드에서 내리는 모습. 그렇게 김재윤을 서서히 등판시키며 필승조로 키워냈다.
조 감독은 최근의 상승세에도 아직 조심스럽다. 올 시즌 100패를 면할 수도 있다는 말에 “아직은 판단할 수 없다”라며 경계한다. 그만큼 시즌 초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여전히 “경기를 하면서 시즌 초반 안 좋았던 점들을 하나씩 고치고 있다.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승률 3할에 올라서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kt. 그러나 조 감독은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과연 남은 시즌 조 감독의 뚝심이 KBO 리그의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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