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분석] LG 트레이드, 3년 안에 성패 나온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7.26 10: 15

장기 프로젝트는 아니다. 당장 내년, 아무리 길어도 3년 안에 성패가 갈릴만한 딜이다. 지난 24일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3대3 트레이드(LG: 신재웅(33) 정의윤(28) 신동훈(21)·SK: 임훈(30) 진해수(29) 여건욱(28))의 의미는 무엇일까. LG의 시점으로 트레이드를 집중분석해 보았다.
▲ 왜 신재웅을 포기했나?
많은 LG 팬들이 의문을 품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6명의 선수 중 당장 가치가 가장 높은 선수가 신재웅이기 때문이다. 신재웅은 2012시즌과 2013시즌에는 선발진에서, 그리고 2014시즌에는 불펜진에서 LG 마운드의 구세주 역할을 했다. 신재웅 없이 지난 두 시즌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불가능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선발투수 신재웅 덕분에 LG는 2013시즌 후반기 주키치의 이탈을 극복할 수 있었다. 2014시즌에는 신재웅이 불펜진의 만능방패 역할을 했다.

그런데 신재웅의 활약은 후반기에만 집중되곤 했다. 2012시즌 역경을 이겨내고 선발투수로 올라선 시점도 후반기. 2013시즌 주키치의 이탈을 메운 것도 7월부터였다. 2014시즌 150km를 상회하는 구속을 찍으며 모두를 놀라게 한 시점 역시 시즌 중반부터였다. 신재웅의 이러한 모습은 올 시즌도 비슷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구속이 140km 초반에 머물렀는데, 최근 경기에서 140km 후반대의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잠실 넥센전에선 패스트볼 구속 149km를 찍었다.
-전반기와 다른 후반기, 두 얼굴의 사나이-
2012-2015시즌 전반기: 66경기 84⅔이닝 6승 5패 평균자책점 4.57
2012-2015시즌 후반기: 50경기 123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점 3.00 
신재웅은 몸쪽 승부에 능하며 간결한 스윙으로 타자와 과감하게 상대할 줄 안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을 모두 구사하며 작년에는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하다는 것도 증명했다. 시즌 내내 후반기 같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리그 전체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좌투수가 될 것이다.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꽤 여러 팀이 LG와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신재웅을 요구해왔다.
만일 LG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은 위치에 있었다면, 신재웅을 트레이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신재웅의 기복을 없애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2군에서도 신재웅은 1군 코칭스태프가 짜놓은 일정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LG는 트레이드 시점에서 시즌 전적 39승 49패 1무, 9위에 그쳤다. 때문에 신재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당장 외야수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임훈과 좌투수 진해수, 향후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내세울 수 있는 여건욱을 얻었다.
SK는 지난겨울부터 우승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전반기 6위에 그쳤지만, 5위 한화를 잡을 수 있는 위치다. 후반기 대반전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허구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SK는 상황에 따라선 5위 이상의 성적도 바라볼 수 있다. 삼성을 SK가 위협할지도 모른다”며 후반기 SK의 질주를 예상했다. 정의윤으로 시작된 트레이드 협상에 신재웅이 추가되면서 규모가 커졌고, 트레이드도 성립됐다. 신재웅 영입으로 SK 불펜진은 더 강해졌다. LG는 앞으로 신재웅의 공백을 진해수로 메우려 한다. 올 겨울 군복무를 마치는 최성훈의 합류도 머릿속에 넣고 있다.
▲ 임훈, 외야진 구세주될까?
LG의 고질병은 외야수비다. 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지만, LG 외야수들에게 잠실구장은 늘 버거웠다. 이진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LG 외야수가 잠실구장에서 수비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LG는 지난겨울 김용의와 문선재의 포지션을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바꿨다. 스피드를 지닌 둘을 통해 외야 수비력을 강화시키려는 의도였다. 현재 둘은 외야진 세 자리를 모두 소화하면서 빠르게 적응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적극적으로 외야진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지만, 당장 안심하고 외야수비를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김용의 문선재 채은성 이민재 안익훈 모두 성장 과정에 있다. 그래서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고, 어깨도 강한 임훈이 필요했다. 임훈이 타석에서 지난해 활약(2014시즌 타율 0.314)까지 재현한다면 금상첨화. LG는 외야 수비력 향상은 물론, 2번 타자 문제까지 해결하게 된다.
임훈은 지난 25일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게 된 것을 두고 “크고 넓은 게 내게는 더 괜찮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동안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많이 해봤다. 높이 뜨는 플라이 타구는 오히려 더 여유가 있다. 안 해봤으면 모르지만 잠실 경기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는다. 송구는 조금 다를 수 있는데 크게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 여건욱·진해수, 트레이드 성패 가를 와일드카드
임훈이 즉시전력감이라면, 여건욱과 진해수는 2, 3년을 바라본 투자다. 일단 진해수의 경우, 늘 제구문제를 달고 있지만, 반대로 제구만 잡으면 리그를 호령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진해수는 2013시즌 KIA에서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진해수의 제구 문제를 잡을 확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은 지난 24일 트레이드가 성립된 후 진해수와 관련해 “경험이나 구위를 볼 때 우리가 필승조로 쓰기에 문제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트레이드에 가장 큰 변수는 재활 중인 여건욱이다. 여건욱은 지난해 후반기 4경기에 선발 등판해 26이닝을 소화하며 2승 1패 평균자책점 3.46을 찍었다. 그리고 지난겨울 오른쪽 팔꿈치 내측인대 수술을 받았다. 여건욱이 2014시즌 후반기 활약을 재현한다면, LG는 토종 선발진 세 자리를 확정짓게 된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6월 “우승에 도전하려면 강한 선발진을 갖춰야 한다. 선발투수 5명 모두 두 자릿수 승을 올리면, 아무리 못해도 2위는 한다. 우리 팀은 (우)규민이와 (류)제국이가 있는 만큼, 한 자리만 잘 채우면 되는 상황이다”고 말한 바 있다. 임지섭 프로젝트가 실패한 상황에서 여건욱 영입은 내년을 바라보는 움직임이 될 것이다.
여건욱은 지난 25일 “SK에서 계획대로라면 8월 11일 첫 실전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다”며 재활이 마무리 단계에 있음을 전했다. 덧붙여 “최종 목표는 LG에서 선발진 한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목표는 SK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어느 팀이든 5선발 마지막 자리는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잘 한다면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다짐했다. 양상문 감독은 올해는 여건욱을 볼펜에서 기용하고, 내년부터는 선발진 후보군에 넣으려고 한다.
▲ 추가 트레이드 단행할까?
LG는 지난겨울부터 여러 팀들과 트레이드 협상에 임했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진 보강에는 성공했으나, 숙제는 남아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미래를 맡길 수 있는 3루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SK처럼 우승, 혹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는 팀이라면, LG의 외국인투수나 불펜투수가 절실할 것이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24일 추가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말 원했던 내야수를 영입할 수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LG는 당장 대권에 도전해야 하는 팀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전성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어느 팀보다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2013년 겨울 외국인선수 영입에 소극적이었고, 최근 2년 동안 외부 FA 영입도 전무했다. 그러면서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이제 양상문 감독에게 놓인 과제는 ‘우승’이 아닌 ‘재건’일지도 모른다. 10년 암흑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현장과 프런트가 손잡고 체계적으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열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drjose7@osen.co.kr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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