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라 그래? 브라운, 고비 넘어설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27 06: 02

SK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31)이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좋은 타자’와 ‘기회에 약한 타자’라는 꼬리표가 같이 붙는다. 그 중 두 번째 꼬리표를 언제쯤 뗄 수 있을지 SK도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아홉수 탈출이 절실하다.
브라운은 26일까지 올 시즌 82경기에 나가 타율 2할6푼4리, 19홈런, 4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은 3할7푼6리, 장타율은 5할1푼으로 OPS(출루율+장타율)는 0.886이다. 외견을 보면 타율이 기대치에 비해 조금 떨어질 뿐 괜찮은 성적이다. 홈런은 팀 내 최다이며 리그에서도 7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OPS가 0.900에 육박한다는 것은 브라운이 충분히 괜찮은 타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수비도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외야와 1루를 모두 본다는 것은 중요한 메리트다.
그런데 임팩트가 약하다. 뭔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2할6푼4리의 타율 때문이 아니다. 바로 득점권에서 약하다는 통계 때문이다. 브라운은 올 시즌 득점권에서 1할9푼5리의 타율에 그치고 있다. 2할이 안 된다. 주자가 없을 때는 2할9푼6리의 좋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자만 루상에 나가면 2할3푼3리로 뚝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홈런에 비해 타점이 적다. 홈런 7위 브라운의 타점은 리그 24위다.

다른 국내 선수라면 모를까, 큰 기대를 걸고 데려온 외국인 선수이기에 아쉬운 성적이다. 그리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보듯,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선수임이 검증됐는데도 득점권에서 침묵하니 벤치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여기에 브라운은 팀의 4번 타자로 꾸준히 나서고 있다. 최근 살아나고 있는 3번 최정, 그리고 팀 내 타점 1위로 해결사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5번 이재원 사이다. 브라운만 터지면 연쇄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브라운이 흐름을 끊는 경우가 잦다.
브라운에 대한 기량에 큰 신뢰를 가지고 있는 김용희 SK 감독은 두 가지 문제를 뽑는다. 첫째는 기술적인 문제다. 김 감독은 “초반과는 다르게 당겨 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브라운은 히팅존이 비교적 넓은 선수다. 다만 우투수의 슬라이더 등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공에는 다소간 약점이 있다. 이런 약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잡아당기려고 하면 좋은 타구가 나오기 어렵다. 브라운이 한창 좋을 때는 바깥쪽 실투를 놓치지 않고 우중간 담장을 넘기곤 했다. 요즘에는 그런 타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심리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문제다. 김 감독은 “언론 등에서 득점권에 약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직접 뛰는 선수는 그 문제를 더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외국인 타자라고 해도 득점권에서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은 기록 이상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당사자만큼 힘든 사람은 없다. 크리스 세든이나 메릴 켈리와는 달리 성격이 다소 내성적인 브라운이라면 더 그럴 수 있다.
다만 힘에서 검증이 됐고 출루율에서 보듯 선구안이 엉망인 선수도 아니다. 심리적인 부담만 털어낸다면 언제든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득점권 타율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이들은 클러치 능력이 허구이며 결국 이는 자신의 통산 타율로 수렴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브라운은 지금보다 득점권 상황에서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적어도 시즌 타율까지만 쫓아갈 수 있다면 SK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배가된다.
한 번의 계기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19개의 홈런에서 오랜 기간 멈춰있는 브라운은 한 개의 아치만 더 그리면 20홈런 고지를 밟는다. 선수들은 “1개 차이지만 19개와 20개는 기분이 다르다”라고 강조한다. 아홉수라는 단어가 유행한 배경이다. 브라운도 마찬가지다. 한 번쯤 자신의 기분을 전환해 다시 좋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브라운은 26일 넥센전에서 0-7로 뒤진 6회 만루에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치며 오래간만에 득점권 타점을 신고했다. SK는 그 안타가 브라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희망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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