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백선생' 백종원, 불통 시대 경종 울린 감동의 요리방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7.29 09: 14

흔히 우리는 지독한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가족간의 대화 단절에서 시작된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소통의 장애는 많은 이들을 절망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 불통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 슬픈 시대다. 그리고 구세주 같은 사람이 떠올랐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의 시청자들을 위한 요리 강습은 소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기 때문에 감동을 선사한다.
백종원의 요리 방송이 여전히 큰 인기다. 아버지와 관련된 논란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하차한 그는 비교적 폐쇄적인 촬영이 진행되는 tvN ‘집밥 백선생’과 ‘한식대첩’은 잔류했다. 이 가운데 지난 28일 방송된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이라는 남자가 왜 이 시대를 위로하는 하나의 ‘코드’로 활용되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백종원은 이날 볶음 요리에 활용하기 좋은 만능 간장이 화제가 된 후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간장이 짜다는 지적에 대한 친절한 설명부터 했다. 시중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간장 10개로 만들었고 조리법대로 만들면 짜지 않다는 것. 다만 국간장이 아닌 진간장이어야 하고, 입맛에 따라 짜게 느껴진다면 물을 더하라고 조언했다. 그야말로 친절한 ‘A/S’ 방송이었다. 자신의 요리 강습의 파괴력을 알고 있기에 시청자들의 작은 불만과 질문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강습이었다.

여기서 백종원의 요리 강습이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네티즌과 실시간 소통을 하면서 재밌는 대화를 했던 그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닌 요리 초보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강습을 하고 있고, 어느새 “참 쉽죠?”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백종원의 설명 덕에 어려운 줄 알았던 요리가 쉽게 다가온다고 성화를 보내고 있다.
다 큰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법. 허나 백종원은 초보의 시선으로 요리를 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청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여 추가로 설명을 하는 소통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요리라는 눈요깃거리가 될 수 있는 화려한 구성 때문에 백종원이 각광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하루에도 몇 차례씩 확인하게 되는 사회, 정치 뉴스를 보며 다시 한 번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머리를 쥐어뜯는 이들에게 백종원은 소통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아이콘’이 됐다.
요리 대가이지만 높은 벽을 쌓지 않고 시청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게 만드는 백종원의 요리 방송이 위로가 된다는 것. 그만큼 한국 사회는 원활한 소통을 하는 사회지도층을 원하고 있지만 언제나 바람처럼 되지 않아 분노하고 절망한다. 백종원이 어느 순간 시청자들에게 위안을 안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시에 이 같은 소통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의 현실이 소름끼치도록 슬프고 무섭다는 이들의 씁쓸한 반응도 가슴에 인처럼 박히고 있다. / jmpyo@osen.co.kr
'집밥 백선생'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