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MI5’ 국정원 직원들이 꼭 봐야되는 이유 3가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7.31 15: 15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톰 크루즈가 일곱 번째 내한했다. 자신이 출연하고 제작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프로모션을 위해서다.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에 여장을 푼 그는 짧은 체류 기간 동안 늘 그랬듯이 자신의 구매력을 최대한 높이고 돌아갈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친근함 때문에 국내에서 톰 아저씨라는 별칭으로 더 익숙해진지 오래다.
세계적인 VIP의 방한으로 그의 숙소를 관할하는 강남경찰서 정보과 형사들만큼이나 바빠진 이가 있으니 바로 국정원 직원이다. 사실 요원으로 치켜세워줘야 맞지만 요즘 국민 혈세로 움직이는 그들의 멋쩍은 활약상을 보면 그냥 직원으로 부르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국정원에서도 문화 담당이라 해서 스타급 연예인들의 동향을 수시로 파악하고 그들의 범죄 사실이나 움직임을 체크하는 팀이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2박3일간 톰 크루즈가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고 호텔 룸서비스로는 주로 뭘 시켜 먹는지 관찰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공식 일정 외에 밤에 어느 클럽에 가서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술을 마시는지, 혹시 카지노엔 들르지 않는지도 그들에겐 관심일 것이다. 속칭 빨대로 불리는 정보원들로부터 입수된 첩보는 여러 번 걸러지고 가공돼 정보로 분류되고, 이중 노른자 급은 명랑 리포트 형식으로 높은 분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월드 스타가 혹시라도 한국에서 불미스런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서치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 건 대한민국 이미지를 위해서도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톰 크루즈가 출국한 뒤에라도 국정원 직원들이 이 영화를 꼭 한번 봤으면 하는 심정이다. 시각적 쾌감만 가득한 픽션이라고 치부하기엔 이 첩보 영화에서 정보원이라면 밑줄 긋고 배워야 할 몇 가지 덕목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맨몸 액션 다이하드 정신이다. 몸값 비싸기로 유명한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위험천만한 스턴트 액션 연기를 직접 해냈다고 한다. 4년 전, 두바이 124층 호텔 외벽을 기어올라 화제가 된 그는 이번엔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려 1525m 상공에서 아찔한 공중 액션 장면을 빚어냈다. 와이어로 안전장치를 했지만 감독의 OK 사인을 받기 위해 이틀간 무려 8번이나 테이크를 갔다는 건 그의 다이하드 정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뿐만 아니라 찌그러지는 BMW와 아찔한 바이크 운전도 직접 해냈고, 수중 장면을 위해 위험한 프리 다이빙을 배우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댓글을 달다가 뒤를 밟혀 오피스텔에서 허둥대는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다.
 둘째, 투철한 국가관이다. 극중 에단 헌트는 자신이 속한 IMF를 해체하려는 또 다른 비밀 조직 신디케이트 음모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에단 헌트는 고도로 훈련된 비밀 연합체 신디케이트에 납치돼 고문을 당하지만 끝까지 핵심 정보를 누설하지 않으며 탈출 기회를 엿본다. 산업스파이를 잡아야 할 국정원 직원들이 오히려 외국 자본에 매수돼 국내 핵심 기술 유출의 장본인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를 에단 헌트가 알게 될까봐 두렵다.
 셋째, 끈끈한 팀플레이다. ‘MI5’는 이 프랜차이즈 영화가 이전에도 그랬듯 팀플을 매우 강조한다.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지만) 에단 헌트가 여기서 요단강 건너겠구나 싶을 때마다 동료들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타나 그를 위기에서 꺼내준다. 이번에도 그와 호흡을 맞춰온 전략 분석요원 브랜트와 IT 전문가 벤지, 해킹 전문 루터의 활약이 흥미진진하다. 적인지 동료인지 분간이 안 되는 회색지대 여주인공 일사도 결정적인 순간 조력자로 정체를 드러낸다. 우리는 어떤가. 적어도 외부에 비쳐지는 모습은 부끄러운 순간이 많았다. 물의를 빚은 국정원 관련자들이 경찰, 검찰에 출두할 때마다 바바리 입고 선글라스 낀 채 호위무사처럼 카메라를 막아서는 모습이 끈끈한 동료애인지 참으로 웃픈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막강한 정보력과 첨단 기술을 다루는 방식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MI5’에는 이번에도 테러 집단에 맞서 국가를 지키기 위한 각종 위장술과 침투기술이 동원된다. 동공이나 지문, 안면 인식 기술을 뛰어넘어 이젠 걸음걸이 싱크율까지 극복해내며 적진에 잠입, 작전을 펼친다. 현대전은 정보전인 만큼 극중 루터를 통한 해킹 기술이 여러 번 나오는데 해킹 프로그램으로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국내 해킹 부대가 오히려 해커의 공격을 받아 뚫리는 요즘 국정원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MI5’ 같은 첩보물이 시리즈마다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에는 우리 눈에 띄진 않지만, 누군가 우리를 대신해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사명감 갖고 일할 것 같은 기대감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정보원들은 에단 헌트와 달리 너무 쉽게 우리 눈에 띄고 뉴스에 등장한다. 그게 문제다. ‘MI5’는 30일 개봉했고 15세 관람가다./bskim0129@gmail.com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