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허들 "강정호 넥센서 5번? 대체 4번 누구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8.03 05: 55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내야수 강정호(28)는 물음표를 확실한 느낌표로 바꾼 선수다. 최초의 KBO 리그 직행 빅리거로서 수많은 물음표를 지워가며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강정호는 수비부담이 큰 유격수, 그리고 강한 어깨가 필요한 3루수로 출전하면서 타율 2할9푼9리(278타수 83안타) 8홈런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3할7푼2리, 장타율 4할6푼으로 OPS 0.832에 달한다. 리그 수준에 비해 얼마나 잘했나를 보여주는 조정OPS는 무려 133, 팀 내에서 '해적선장' 앤드류 맥커친(145)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는 팀 내 1위다.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올해부터 팀 기록페이지에 'Top 12 by WAR' 코너를 신설, 팀 내 WAR 1위부터 12위까지 프로필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강정호는 올해 WAR 3.6으로 당당하게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 피츠버그 팀페이지를 보면 강정호의 얼굴이 가장 먼저 나오고, 그 뒤를 에이스 게릿 콜(WAR 3.2), 그 다음에 맥커친(WAR 3.2)이 따른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강정호, 이미 피츠버그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500만2015달러의 포스팅 금액은 잊었다. 현 시점에서는 100% 성공한 투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안 그래도 타격능력을 갖춘 유격수가 금값인 메이저리그에서 강정호와 같은 선수는 더욱 높게 평가받아도 부족하지 않다.
당연히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예뻐보일 수밖에 없다. 성적도 좋지만 팀을 위한 헌신적인 모습도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3일(이하 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릴 신시내티 레즈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BO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피츠버그 트리뷴'의 롭 비어템펠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로 허들 감독의 한 마디를 소개했다.
"강정호는 KBO 리그에서 5번을 가장 많이 쳤다. 이를 두고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5번 칠 때 3번 그리고 4번을 쳤던 선수들의 테이프를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보통 가장 잘치는 타자가 3번, 그 다음이 4번이다. 팀과 감독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5번 타자는 팀 내에서 5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어쨌든 3번이나 4번보다는 타격이 약한 선수가 들어간다. 강정호가 5번을 치는 넥센이라는 팀이 궁금한 허들 감독이었다.
마침 강정호가 5번을 칠 때 4번을 친, 그리고 지금도 넥센 4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병호는 올해를 마치고 포스팅 자격을 얻는다. 이미 다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박병호를 주목하고 있다. 피츠버그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정호가 5번 쳤던 넥센, 4번은 누구?'라는 허들 감독의 발언이 어쩌면 구단을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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