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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솔직하다] ‘초전박살’ 박병호-테임즈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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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박병호(29, 넥센)와 에릭 테임즈(29, NC)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타자들로 손꼽힌다. 주로 사용하는 손, 타격 스타일도 모두 다르지만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장타를 쏟아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교집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리그에서 ‘초구’ 공략을 가장 잘하는 선수라는 것이다.

사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초구 공략을 막을 이유는 없다. 결과로 모든 것이 증명된다. 2일까지 올 시즌 리그 전체 타율은 2할7푼7리다. 그런데 초구 타율은 3할5푼7리로 평균보다 훨씬 높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해에서 이런 차이는 드러난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올해 메이저리그의 전체 타율은 2할5푼3리지만 초구 타율은 3할3푼6리에 이른다.

아무래도 투수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자가 있는 경우는 더 그렇다. 때문에 타자들은 노림수만 잘 가져간다면 상대적으로 치기 용이한 공을 자주 마주할 수 있다. 초구 타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초구 공략이 실패할 경우 상대 투수의 투구수만 아껴주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양날의 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별한 상황에서는 벤치가 ‘지켜보라’라는 사인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2일 현재 초구에 가장 강했던 선수는 누구였을까. 테임즈는 ‘초전박살’이다. 테임즈의 올 시즌 초구 타율은 무려 6할5리(43타수 26안타)에 이른다. 2위는 짐 아두치(롯데)로 5할7푼1리이며 박병호는 5할5푼으로 3위다. 박정권(SK, 0.512), 오재원(두산, 0.483), 황재균(롯데, 0.477), 이재원(SK, 0.477), 정훈(롯데, 0.463), 김종호(NC, 0.449), 이대형(kt, 0.439)이 상위 10위를 형성하고 있다.

초구 홈런이 가장 많은 선수는 테임즈로 6개이며 박병호가 5개로 뒤를 쫓고 있다. 황재균 박석민(삼성) 나성범(NC) 브라운(SK)도 4차례의 초구 홈런이 있다. 초구에 가장 배트가 많이 나간 선수는 이대형으로 총 66타수를 기록했다. 이재원이 65타수로 그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많은 빈도지만 두 선수의 초구 타율이 모두 4할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장려해야 할 판이다. 특히 이재원은 초구에 만들어 낸 타점이 23타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그렇다면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테임즈는 이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테임즈는 “특별히 초구를 의식하는 것도, 노림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존안에 들어온 공을 제대로 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잘 치는 타자가 초구도 잘 칠 수 있다는, 맥 빠지지만 평범한 결론이다. 다만 통계적으로 득점권 초구 타율이 높은 정훈(롯데, 0.625), 아두치(.600), 박병호(.600), 테임즈(.583), 정수빈(.556), 이재원(.522)과 같은 타자들은 이런 성향을 역이용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유인구와 변화구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양지가 있다면 음지도 있는 법. 초구 타율이 가장 좋지 않았던 선수는 이범호(KIA)로 1할7푼2리였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리그 유일의 1할대 초구 타율이다. 다만 이범호는 초구 타수가 29회로 그렇게 초구를 좋아하는 선수는 아니다. 나바로(삼성, 0.226), 김하성(넥센, 0.238), 박용택(LG, 0.243)도 하위권이다. 눈여겨볼 선수는 김태균(한화)이다. 김태균의 초구 타율은 2할5푼으로 47명 중 42명이며 김상수(삼성)과 함께 초구 타수가 가장 적은(16회) 선수다. 선구안이 좋은 만큼 무리해서 배트를 낼 필요가 없는 타자다.

팬들을 가장 열받게(?) 하는 초구 병살타는 김상현(kt)이 5번으로 가장 많다. 김상현의 초구 타율은 3할3푼3리로 자신의 시즌 타율(.275)보다 훨씬 높지만 병살도 많은 셈이다. 초구 공략 타점이 가장 많은 이재원도 4번의 병살타가 있다. 양날의 검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대목이다. 한편 공격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초구 사구’를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는 정성훈(LG)으로 4번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타자들의 초구 사랑을 잘 피해간 선발 투수도 궁금해지는 법. 가장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한 투수는 메릴 켈리(SK)로 2할4푼2리였다. 켈리는 초구 피장타율도 3할3푼3리로 리그에서 가장 낮았다. 조시 린드블럼(롯데, 0.259), 에릭 해커(NC, 0.275), 알프레도 피가로(삼성, 0.291)까지가 초구 2할대 피안타율을 기록한 선수였다. 그 다음으로 양현종(KIA)과 김광현(SK)이 나란히 3할2푼7리의 초구 피안타율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초구를 던지기 두려운 선수도 있을 법하다. 차우찬(삼성)은 초구 피안타율이 4할7푼2리에 이른다. 차우찬의 초구를 공략하기로 마음 먹은 타자들은 절반 가까이가 안타를 때렸다는 의미다. 브룩스 레일리(롯데, 0.450), 한현희(넥센, 0.421), 장원준(두산, 0.411), 헨리 소사(LG, 0.410)를 만난다면, 한 번쯤은 노림수를 가지고 과감히 초구를 공략해봐도 괜찮다. 적어도 통계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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