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정신력' 절대 명제 재확인시킨 이현승 역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8.03 05: 55

마무리투수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이현승(32, 두산 베어스)이 이러한 명제를 몸소 재확인시켰다.
이현승은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팀을 구해냈다. 3-1로 앞서던 8회초 무사 만루 위기에 등판한 이현승은 최형우를 삼진 처리한 뒤 후속타자 이승엽을 상대로 1-2-3 병살을 이끌어내 위기를 넘겼고, 9회초까지 깔끔히 삼자범퇴로 막아 세이브를 따냈다.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고 6개의 아웃카운트를 채워 시즌 6번째 세이브를 수확한 것이다.
악재를 이겨낸 성과였다. 이현승이 마운드에 오르기 전 오현택이 무사 1, 2루 볼카운트 3B-2S에서 야심차게 던진 슬라이더에 체크스윙한 야마이코 나바로의 방망이가 돌아간 것으로 보였으나 볼로 선언되며 두산은 무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스윙 판정을 받았다면 3루로 뛰던 구자욱까지 잡아 2사 2루를 만들 수도 있었으니 이 판정 하나가 큰 차이였다.

하지만 2이닝을 막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올라온 이현승은 압박감을 잘 이겨냈다. 과감한 승부가 돋보였다. 이현승은 볼카운트 1B-2S로 최형우를 몰아붙인 끝에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승엽을 상대로도 피하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안쪽을 공략해 투수 방면 땅볼을 유도하고 병살로 엮었다.
구종은 다양하되 코스는 타자의 방망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 이현승의 승부 방법이었다. 마무리투수는 투 피치 조합으로 타자와 맞서는 경우도 많지만 이현승은 최고 구속 147km였던 포심 패스트볼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었다. 대신 철저히 과감하게 타자와 맞섰다. 그 결과 그는 투구 수를 아껴 공 15개로 2이닝을 막을 수 있었다. 15개 중 볼은 단 2개가 전부였다.
두산의 마무리는 이제야 비로소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시즌 초 윤명준을 시작으로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려 했다가 노경은이 들어왔고, 이후 김태형 감독이 오현택-이현승 더블 스토퍼 체제를 활용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사실상 마무리는 이현승 1인체제였다. 선발로 시즌을 준비하다 부상 복귀 후 셋업맨으로 출발했던 이현승은 어느새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시즌 성적은 1승 1패 6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준수하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김 감독이 이현승을 마무리로 낙점하게 된 것은 그의 정신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그를 마무리로 기용하기 시작할 당시 "일반적인 마무리투수보다 구속은 느리지만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할 줄 알고, 멘탈이 급격히 무너지지 않는 스타일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본격적으로 마무리가 된 6월 말 "공격적으로 투구 수를 줄이면서 타자들이 빨리 치게 하겠다. 많은 구종은 아니지만 단순하게 타이밍만 빼앗으면 승산이 있다. 기회만 오면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막아낼 것이다"라고 했던 이현승도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마무리에 대해 "재미있는 보직인 것 같다"고도 했는데, 허세가 아니었다. 본인은 물론 지켜보는 이들까지 흥미롭게 만들고 있어 이제는 마무리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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