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긴 야구 인생 꿈꾸는 kt 운영팀 임세업 매니저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8.04 05: 55

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야구장 뒤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껴요”.
프로야구에서 경기를 직접 하는 건 야구 선수들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기 위해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전력 분석팀 역시 마찬가지. 막내 구단 kt 위즈에는 운영팀 안에 전력 분석팀에 속해있다. 야구 선수 출신 임세업(32)씨는 그 안에서 전력 분석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부터 선수들의 고과 체크, 기록지 작성, 훈련 보조까지 수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의 이름을 기억할지 모른다. 임 매니저는 서울고를 졸업하고 2002년 2차 7라운드(전체 56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권혁, 조동찬, 안지만, 최형우 등 쟁쟁한 멤버들이 임 매니저의 동기다. 하지만 선수로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2005년 삼성에서 방출되고 훈련 보조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선수로서 꿈을 놓지 않았고 일본 독립리그 가서 2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다. 2009년 KIA와 신고 선수로 계약했지만 1년 만에 방출 통보. 경찰청 야구단을 제대한 후 한화에서 새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한화에서는 처음 스프링캠프를 떠나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2013시즌 드디어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았다. 임 매니저는 “‘1군에 올라가면 뭔가 되겠다’라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결국 1군에서 뛰었고 짧았지만 기뻤다. 데뷔전에서 안타도 나오고 해서 잘 풀리나 싶었는데, 야구가 쉬운 게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임 매니저는 경기를 끝으로 1군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시즌이 끝난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목표는 크게 가져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때는 1군이 진짜 큰 꿈이었지만 결국 꿈이 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임 매니저의 말이다.
분명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의 모습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한화에서 방출된 후 kt 측의 연락을 받고 새 인생을 시작했다. 임 매니저는 “한화에서 방출된 후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다른 길을 준비했다. 분석 쪽 일을 할 수도 있으니 준하고 있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야구의 끊을 놓고 싶지 않았고, 야구계에서 진짜 오래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현 운영팀장님의 전화를 받고 일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동기들도 임 매니저의 새 야구 인생을 축하해줬다. 그는 “동기들을 보면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렇게 못해서 아쉽긴 하다. 어쨌든 동기들이 잘 돼서 좋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때도 친한 동찬이가 ‘이제 미련 버리고 잘 해라’라고 말해줬다. 동기들의 그런 응원들이 야구를 그만두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서로 많이 응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생팀과 함께 한다는 것도 임 매니저에게는 특별한 의미다. 임 매니저는 “뭔가를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이 있어 힘들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와서 컴퓨터 다루는 것도 서툴렀는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김경남 전력분석 코치님을 비롯해 심광호 과장님, 최우석 매니저님, (이)성권이형이 잘 가르쳐주셨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본인이 가공한 데이터를 꼼꼼하게 봐주시는 감독, 코치들에게도 거듭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장 보람 찬 순간 역시 자신이 준비한 것을 코칭스태프에서 세밀하게 검토했을 때이다.
선수들에게는 어렵게 선수 생활을 했던 만큼 든든한 형 혹은 선배가 돼주기도 한다. 특히 kt에 사연 많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이해한다. 임 매니저는 “어렵게 야구를 해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안타깝기도 하다. 다른 팀에 있을 때 전력 분석에서 일하는 형들이 나를 보고 그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경기에 못 나가고 침울해있으면 칭찬도 해주고 장난 식으로 말도 건네고 격려해주려 한다. 다들 너무 착하니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가 아닌 도와주는 입장이 되니 새롭게 느끼는 점도 많다. 임 매니저는 “운동할 때는 훈련을 보조해주는 것을 보고 이 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뒤에서 할 일이 진짜 많다. 선수 때는 알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야구가 끝난 후에도 다시 일이 시작된다. 정말 안 보이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전력 분석, 운영팀에 계셨던 분들 모두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야구계가 돌아간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전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임 매니저는 이 모든 게 공부라는 생각으로 성실히 임하고 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그동안 많이 못봤던 1군 야구를 옆에서 직접 봤다. 그리고 감독님, 코치님들이 옆에서 한 마디, 한 마디 하시는 게 모두 공부다”면서 “야구에 대한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야구계에 몸담은 인생에서의 목표에 대해서 “앞으로도 다양한 길이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프런트 혹은 지도자의 길을 갈 수도 있다”면서 “일단 지금의 모든 게 공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비록 야구 선수의 길은 순탄치 않았지만, kt 구단에 몸담고 있는 임 매니저에게는 앞으로도 다양한 야구인으로서의 길이 열려있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도전을 펼칠지 기대된다. /krsumin@osen.co.kr
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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