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⅔이닝' 송신영, 불펜 베테랑의 자부심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08.05 05: 55

지난 4일 목동구장.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1회초가 끝나자 전광판에는 한 기록을 알리는 화면이 떴다.
"송신영. 역대 56번째 통산 1100이닝 달성". 이날 넥센 선발로 나선 송신영(40)은 1회 삼자 범퇴를 기록하면서 KBO 리그에서 통산 1100이닝을 던진 56번째 투수가 됐다.
56번째. 빠르다면 빠르지만 앞서 많은 이가 거쳐갔다고 할 수도 있는 숫자. 하지만 송신영에게 1100이닝이 의미있는 것은 먼저 1100이닝을 넘긴 55명의 투수들은 대부분 주로 선발 등판하거나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나선 전천후 투수들이기 때문이다. 송신영 외 전문 불펜 투수는 임창용(삼성, 1534이닝) 정도다.

송신영은 2001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대부분을 불펜에서 대기해왔다. 올해 4월 19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처음 선발 등판하기 전 마지막 선발은 2008년 5월 17일, 그때도 임시 선발이었다. 올해 그가 소화한 63⅓이닝을 뺀 나머지 이닝들은 경기 후반 1~2이닝씩 꼬박 쌓아 이룬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 689경기에 나선 그는 주목받지 못하는 불펜에서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는 4일 경기 후 "불펜으로 뛰면서 1100이닝 넘기기 쉽지 않은데 KBO에서 상이라도 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노예'라고 불렸던 정현욱(805⅓이닝)도 아직 1000이닝을 넘지 못했는데 불펜에서 1100이닝을 던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의 기록 달성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일단 이날 팀의 선발이었다. 그리고 106개의 공을 던지면서 6⅔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시즌 7승째를 거뒀다. 올해 한국나이 마흔 살에 갑자기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기 위해 투구 패턴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감독의 부름에 기꺼이 답했고 그 기회를 잡고 있다.
송신영은 역대 6번째 700경기 등판에도 이제 11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선발로만 등판한다면 올해 내에는 이루기 힘든 기록이지만 현역 선수 중 이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던지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그의 '소나무' 같은 피칭을 보는 것은 야구팬들의 한 즐거움이다./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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