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군의 7월’ 켈리, SK 우완 에이스 굳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05 10: 28

한 때 주춤하며 우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지만 기대 이상의 위기관리능력이 있었다. 발군의 7월을 보내며 다시 일어선 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7)의 이야기다. 최근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집중력을 손꼽은 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SK의 우완 에이스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4일 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박병호(넥센)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박병호는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28표 중 10표(35.4%)를 얻어 구자욱(삼성, 9표)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통산 네 번째 월간 MVP에 올랐다. 하지만 표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7월 활약상이 떨어진 것이 아닌 선수가 있었다. 바로 ‘0표’를 기록한 켈리였다.
켈리는 7월 한 달 동안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발투수였다. 7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나가 경기당 평균 7이닝이 넘는 35⅔이닝을 던지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26의 호성적을 냈다. 완투승이 한 차례 있었고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맹위를 떨쳤다. 1.26의 월별 평균자책점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이기도 했다. 6월 말까지 5.33이었던 평균자책점은 한 달만에 4.03까지 내려갔다.

7월이 온탕이었다면, 사실 6월은 냉탕이었다. 켈리는 6월 한 달 동안 1승4패 평균자책점 7.92에 그쳤다. 부상으로 한 차례 주춤한 것이 원흉이었다. 5월 15일까지 2.9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켈리는 부상으로 2주를 쉬고 돌아온 다음부터 거짓말처럼 난타당하기 시작했다. 5월 말부터 6월까지 퀄리티스타트가 단 한 차례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부상 후유증으로 떨어진 구위에 미세한 버릇까지 읽혀 고전했다.
무너지는 외국인 투수의 전형이었다. 트래비스 밴와트가 부상으로 교체가 결정된 상황에서 SK로서는 난감한 상황일 수 있었다. 그러나 켈리는 다시 일어섰다. 원동력은 집중력이었다. 켈리는 “한 때 시즌 전체를 길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무의식적으로 다소간 안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되게 당한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7월부터는 앞만 보며 달리고 있다. 매 경기, 매 이닝이 전력투구다.
켈리는 “지금은 모든 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던진다. 오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 한다”라면서 “그러다보니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생긴 것 같다”고 7월을 돌아봤다. 한 차례 바닥을 찍었던 컨디션도 완연한 상승세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50㎞에 이르고 있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피안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커브로 카운트를 잡는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도 되살아나고 있다. 6월 부진은 아쉽지만, 그래도 한 차례 자극을 받는 등 마냥 잃기만 했던 시기는 아니었다.
SK는 선발진 재건에 힘을 쓰고 있다. 전반기 동안 예상보다는 저조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던 5명의 선수들은 모두 부상과 부진으로 한 차례 이상 로테이션을 걸렀다. 쓰라린 속을 부여잡고 버리는 경기는 냉정히 버린 덕에 불펜 투수들의 체력 관리는 비교적 잘 된 상황이지만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체력 소모가 많았다는 게 벤치의 판단이다. 김용희 감독도 “이제는 선발투수들이 좀 더 힘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상황에서 켈리를 비롯한 선발투수들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김광현은 팔꿈치 염증 후유증에서 벗어난 모습이고 윤희상은 후반기 2경기에서 모두 호투했다. 박종훈도 후반기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챙겼고 무엇보다 켈리의 안정감이 큰 힘이 된다. 켈리가 지금 정도의 페이스만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포스트시즌 진출로 가는 든든한 다리가 될 수 있다. 켈리는 5일 인천 한화전에 출격해 상승세 연장에 도전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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