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사구 악몽? 리그 전체 몸살 심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05 10: 39

타격은 투수가 던지는 공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돌덩이에 한 번 맞으면 당연히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다.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더 그렇다. 리그 전체에 ‘몸에 맞는 공’ 주의보가 떨어졌다.
한화의 돌격대장인 이용규는 지난 7월 3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불운의 부상을 당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박정수의 공에 왼쪽 종아리 부위를 정통으로 맞았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이용규는 정밀 검진 결과 한 달 정도는 재활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맞는 순간의 행동에서, 이용규는 큰 부상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고의성은 없었지만 한화로서는 한숨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이미 주축 타자인 김경언이 역시 공에 맞아 한 달 정도를 결장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몸에 맞는 공은 경기의 일부다.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출루가 아닌 부상으로 이어진다면 팀 전력에 큰 손실이 된다. 벤치 혹은 선수가 제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손쓸 방도도 없다.

단편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지만 올 시즌 KBO 리그의 특징 중 하나는 몸에 맞는 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전체 576경기에서 나온 몸에 맞는 공은 총 704개였다. 경기당 1.2개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616개가 나와 1.07개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반등세다. 4일까지 총 478경기에서 나온 몸에 맞는 공은 588개. 경기당 1.23개로 지난해에 비해 많아졌고 2013년에 비해서도 수치가 소폭 높아졌다.
가장 많은 몸에 맞는 공을 당한 팀은 한화였다. 총 79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2위는 NC로 67개였다. 두산과 KIA가 63개로 뒤를 이었다. 반면 kt는 몸에 맞는 공이 44개로 한화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삼성도 46개로 그렇게 많이 맞지는 않은 편에 속했다. 몸에 맞는 공을 가장 많이 허용한 팀은 NC로 83개, 2위는 LG로 78개였다. KIA(70개), 한화(61개)도 평균을 웃돌았다.
공이 손에서 어처구니없이 빠지며 타자들의 몸으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몸쪽 승부를 벌이다 제구가 안 되는 경우다. 투수는 필연적으로 몸쪽 승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바깥쪽 빠른 공이나 변화구가 더 효율적으로 먹힐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몸에 맞는 공 위험도도 높아진다. 제구가 안 되는 투수일수록 더 그렇다. 현장에서는 “몸쪽 승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 문제는 제구가 안 되는 투수들이 예전에 비해 더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대적으로 투수들의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올 시즌 3158경기에서 1048개의 몸에 맞는 공이 나왔다. 경기당 0.33개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적다. 문제는 타고투저 시대에 몸에 맞는 공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 타자들의 강해진 방망이를 이겨내기 위해 몸쪽 승부의 중요성은 더 강조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필연적으로 몸에 맞는 공도 더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타자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시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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