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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경기 시작, 근본적 처방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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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월요일 경기가 부활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현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 속에서도 “되도록 월요일 경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라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근본적인 처방에 대해 고민할 때도 됐다.

삼성과 넥센은 10일 대구구장에서 올 시즌 첫 월요일 경기를 갖는다. KBO는 지난 4일 2015년도 제 5차 실행위원회에서 8월 8일부터 9월 6일까지 토요일이나 일요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경우에 한해 해당 경기를 월요일로 미뤄 열기로 결정했다. 삼성과 넥센은 8일 비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나머지 팀들이 쉬는 10일 ‘나홀로 경기’를 갖는다.

당초 없었던 월요일 경기가 부활한 것은 시즌 초·중반 예상보다 많은 경기가 비로 밀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는 특별한 사정까지 겹쳤다. 오는 11월 7일부터 열릴 ‘프리미어 12’가 그 변수다. 이 대회에 참여하려면 대표팀을 미리 구성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아무리 늦어도 11월 초에는 한국시리즈 일정이 끝나야 한다. 현재 잔여경기 일정을 그 전까지 마치기 쉽지 않다는 현실 속에 월요일 경기가 부활한 것이다.

사실 시즌 중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이번과 같은 프리미어12와 같은 국제대회만 없다면 굳이 월요일 경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페이스라면 예년과 비슷하게 11월 초 한국시리즈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수 사정이 겹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곱지 않다. “불필요한 우천 취소가 너무 잦았다”라는 것이 전반적인 목소리다.

하지만 우천 취소는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 감독관들은 향후 기상 사정, 그라운드 사정을 면밀히 검토해 우천 취소 결정을 내린다. 기상청 예보는 광범위한 경우가 많아 기상에 민감한 인근 시설(공항·군 부대)의 예보를 적극 참고 하기도 한다. 팬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는 비가 그쳤음에도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다. 하지만 그라운드 사정은 무시할 수 없다. 비보다 그라운드 사정이 취소 결정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바탕 폭우가 쏟아지면 그라운드는 엉망이 된다. 관중석에서 볼 때는 멀쩡해 보이지만, 막상 밟아보면 엄청 미끄럽다. 필연적으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부작용을 잘 아는 선수 출신 경기 감독관들이 이런 그라운드 사정을 좀 더 깐깐하게 감안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선수들은 “경기가 취소될 때 팬들이 느끼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런 사정에서 경기를 하라는 것은 ‘선수들은 부상을 감수하고 뛰어라’라는 말 밖에 안 된다. 언론도 이런 사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팬들에게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날씨는 갈수록 변덕스러워지고 있다. 아직은 돔구장이 없는 프로야구 현실상 하늘의 힘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우천 취소가 되는 경기는 속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가 됐다. 바로 인프라, 그리고 좀 더 유연한 경기 일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비가 오더라도 이를 최대한 막아낼 수 있다면 경기 시작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단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소프트웨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하드웨어의 빈약함이 너무 도드라진다. 이동거리와 빡빡한 일정상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 타격이 큰 메이저리그(MLB)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MLB의 경우 팀마다 우천시 즉각 동원할 수 있는 20명 정도의 그라운드 관련 요원들이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기껏해 봐야 5~7명 정도다.



MLB는 비가 오거나 비 예보가 있으면 순식간에 많은 인원이 뛰쳐나와 내야 전체를 덮을 방수포를 깐다. 늦어도 2분 내에 설치가 완료되도록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다. 훈련도 엄청나게 한다. 최근 LA 에인절스의 경우는 외야의 물기를 말리기 위해 헬리콥터를 동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 실정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기껏 해봐야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그리고 내야 주로를 덮는 것이 고작이다.

대형 방수포는 있어도 깔 수가 없다. 5명으로는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큰 방수포를 가지고 있던 팀들도 한계를 느껴 이를 쪼개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야는 사정이 더 심하다. 해가 1~2시간 쨍쨍하게 떠 물기를 말리길 바라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다. 때문에 이제는 그라운드 관리 인력을 더 충원하고 전문성을 기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구단은 그런 투자는 뒷전이다.

경기 일정의 유연화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올해부터 KBO 리그는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팀당 경기수도 144경기로 늘었다. 국제대회가 없는 해는 상관이 없지만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아시안게임과 프리미어12, 그리고 부활 가능성이 높은 올림픽 야구까지 생각하면 거의 매년 국제대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난 경기수를 다시 줄일 수는 없다. 리그 발전에 별반 도움이 안 된다. 여기서 더블헤더가 최악의 수라면, 유연한 월요일 경기는 이제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를 테면 아직은 쌀쌀한 4월, 더위가 시작되는 7월 이후를 제외하고 날씨가 한창 좋아 경기하기도, 관전하기도 좋은 5~6월은 한시적으로 월요일 경기를 편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매주 월요일 경기를 할 수는 없으니 2주에 한 번씩 월요일 경기를 넣어 4연전을 만드는 것이다. 대진을 맞추는 것이 고민될 수는 있으나 머리를 맞대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이 경우에도 꽤 많은 일정 소화가 가능해진다.

현장에서는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월요일 경기에 한해 활용할 수 있는 엔트리를 추가시키는 등 지원책을 내놓는다면 반발은 조금 완화될 수 있다. 비로 예상치 못한 월요일 경기를 하는 바에야 일찌감치 예정된 월요일 경기가 경기 구상을 그리기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야구 없는 월요일에 대해 아쉬워하는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된다”라는 교훈에 현장과 KBO도 조금씩은 부응해야 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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