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로저스, 얼마를 줘야 하나?"
한화 괴물 외인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또 완봉승으로 포효하며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22일 광주 KIA전에서 최고 158km 강속구를 뿌리며 5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했다. KBO리그 데뷔 후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1.31. 3번의 완투와 2번의 완봉승은 로저스의 위력을 보여준다.
만약 로저스가 없었다면 한화는 5강 싸움에서 이미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이처럼 단기간 압도적인 임팩트를 보여준 외인 투수는 찾아볼 수 없다. 불펜 의존도가 높은 한화에서 매경기 완투를 기대할 수 있는 투수가 들어와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크다. 로저스의 활약과 함께 그의 몸값에 따른 오버페이 논란도 쑥 들어갔다.
지난 1일 한화가 공식 발표한 로저스의 몸값 총액은 70만 달러. 후반기만 뛰는 선수이지만 한화는 웬만한 선수들의 풀시즌 개런티 몸값에 해당하는 70만 달러를 투자했다. 올 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현역 빅리거로 서른의 젊은 나이까지 책정된 몸값이었다. 미국 언론에서는 로저스의 실제 몸값이 100만 달러라고 알렸다.
한화 구단 역사를 통틀어서도 역대 외인 선수 최고액이다. 워낙 거액을 투자하자 내년 시즌까지 보장된 다년계약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현역 메이저리거이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해야만 했다. 리그에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내년 시즌 계약까지 보장하진 않는다"며 항간의 다년계약설을 부인했다.
그래서 한화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모 야구 관계자는 "로저스가 잘하는 게 한화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너무 잘해도 걱정이다. 이미 100만 달러 몸값인데 이 정도 활약이면 풀시즌 개런티로는 얼마를 줘야 할지 모른다. 지금 활약을 봐서는 최소 150만 달러가 기준이 될 것이다. 한화가 로저스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화 구단도 로저스 영입 때부터 인지한 고민거리였다.
여기에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로저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로저스를 보기 위한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모 야구인은 "일본에서도 로저스 같은 선수를 한화가 어떻게 데려왔는지 놀라워하고 있다. 지금의 활약이라면 일본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일본 구단까지 합세하면 로저스를 두고 한화와 과열 경쟁이 예상된다.
정작 로저스 당사자는 여유 있다. 그는 "내가 한국에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계속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며 그곳에서의 성공을 꿈꿔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한화 구단에 감사하다"며 "사람 일이란 내일 일도 모른기 때문에 내년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신께서 주시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로저스가 지금처럼 계속 잘 던질수록 한화의 행복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다. /waw@osen.co.kr
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