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비매너 관중, 강력 제재 필요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8.23 05: 58

야구장은 가족·여성·어린이 관객들이 다 같이 함께 하는 문화공간이다. 그런데 일부 비매너 관중들 때문에 경기에 집중해야 할 선수들과 애꿎은 관중들까지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지난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선수와 관중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6회말 한화 중견수 이용규가 외야 측 관중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발단은 관중이 그라운드를 향해 내던진 물병과 욕설 때문. 중요한 경기, 애매한 상황 판정을 놓고 분위기가 뜨거워지자 예상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뻔한 이용규는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며 관중과 말싸움을 벌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팀 동료들과 심판들이 말린 덕분에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라운드에 노출된 이용규와 달리 물병을 투척하며 욕설까지 내뱉은 정체 모를 비매너 관중은 관중석 군중 속으로 조용하게 숨었다. 

비단 이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매년 한두 번씩 그라운드를 향하는 맥주캔·페트병·물병 등 각종 오물이 선수들을 위협한다. 전국 어느 야구장에서도 위험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안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지만, 관중들의 돌출 행동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일벌백계로 강력하게 다스려야만 한다. 
그라운드로 향하는 오물은 선수들에게 상해를 입을 수 있는 흉기와 다를 바 없다.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강력하게 제재해야만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야구장에서 사고를 일으킨 관중을 '블랙리스트'로 분류, 다시는 영구적으로 야구장에 출입할 수 없게 조치하고 있다. 
선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관중은 즉석에서 포박해 경찰에 현행범으로 연행하기도 한다. 홈팀이 경기장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와 선수 보호에 책임을 지고 관할지역과 조직적으로 움직여 잘못한 관중으로 하여금 형사처벌까지 받게끔 한다. 현장에서 안전요원이 신속하게 체포하거나 즉시 잡히지 않을 경우에는 오물 투척한 관중을 비디오로 색출하는 과정까지 거친다. 야구장의 절대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강력 제재다. 
오물 투척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나친 욕설과 소음도 선수·관중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최근 신축 야구장과 리모델링 야구장은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가까워져 선수들의 귀에도 욕설이 다 들어간다. 한 선수는 "포수 후면석 같은 곳에서 일부 관중들이 경기에 방해가 될 정도로 반말과 욕설을 지속적으로 한다. 가서 한마디하고 싶어도 선수인 내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선수라고 해서 왜 감정이 없겠나. 그저 참고만 있어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KBO 구단들은 비매너 관중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두 손 놓고 바라만 볼 수 없다. 매년 물리적인 위협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비매너 관중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 선수들의 안전과 관중들의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지난 1997년 6월29일 잠실 LG전에서 해태 김응룡 감독은 심판에게 어필하던 중 어디에선가 날아온 참외에 머리를 맞았다. 지금이야 해프닝처럼 기억되는 일이지만 훗날 김 감독은 "처음에는 맥주병인 줄 알고 '죽었구나' 싶었다. 조금 있다 참외 냄새가 나길래 살았구나 싶었다. 정신이 아찔했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전체적인 관중들의 의식과 관람 문화는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부 몰지각한 관중이 문제다. 더 큰 사고가 벌어지기 전에 비매너 관중들을 뿌리 뽑는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waw@osen.co.kr
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과거 오물 투척 사례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