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김태희가 동네북에서 탈출하는 두 가지 방법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8.25 07: 13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한때 김태희의 친언니는 동생이 전속 계약된 나무엑터스 직원으로 2년 넘게 일했다.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 근무였다. 전담 매니저들과 함께 한해 50억이 넘는 매출을 찍는 광고 퀸 동생의 업무를 헬리콥터 맘의 심정으로 도운 것이다. 깐깐한 김종도 대표도 언니가 출근까지 하며 회사 일을 거들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두고 여러 잡음이 돌았다. 연예인 업무에 가족이 개입해 끝이 좋았던 적이 확률적으로 희박했던 게 그 이유였다. 작품 선택과 광고 개런티 등 민감한 결정을 할 때마다 혈연 가족이 얼마나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경우에 따라 액수를 양보해야 될 때도 있고 영화의 경우 송강호 설경구 같은 검증된 배우에게 묻어가야 할 일도 생길 텐데 이때 가족들이 ‘우리 태희가 왜’를 외치며 끼어든다면 일이 곱게 진행될 리 없을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매출이 필요한 회사 입장에선 김태희에 신인을 패키징으로 묶어 작품에 꽂아야 할 때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가족에게 컨펌과 양해를 구해야 한다면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까.

 김태희 언니는 동생이 나무와 계약이 만료되기 전 사표를 냈고 김태희 형부가 새 소속사 대표로 취임했다. 회사를 나온 김태희가 주위의 영입 제안을 모두 마다하고 가족 중심의 1인 기획사를 차린 것이다. 김태희 외에 유일하게 소속된 연예인은 그의 동생 이완뿐이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언니가 후일을 도모해 인맥 파악과 영업력을 익히기 위해 나무에 취업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만약 김태희가 나무엑터스나 동급의 소속사에 몸담고 있었다면 ‘누워만 있는데 회당 4천만 원이나 받는다’ 같은 악플 유도 기사의 주인공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때리는 쪽이 아둔하지 않은 이상 계산기를 충분히 두드려보고 실익이 예상되거나 최소한 피해 볼 게 없다고 판단될 때 연예 기획사와 선을 긋기 때문이다.
 김태희가 동네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뭘까. 가장 쉽고 확실한 건 다시 예전처럼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8(연예인)대2(회사)나 9대1로 수입을 나누는 게 싫다면 에이전시 계약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밴이나 헤어숍, 매니지먼트 서비스 같은 용역을 제공받지 않고 언론 관리와 작품 선택만 외주를 주는 식이다. 작품이 메이드 되거나 언론 관리가 흡족할 때마다 별도 인센티브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현재 김태희 소속사 대표는 연예계에 뒤늦게 들어온 증권맨 출신이다. 불합리한 계약 관행과 투명하고 공정한 룰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혼자 힘으론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연예계가 흥행 비즈니스 성격이 강하다보니 내공 있는 매니저들의 촉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데 SBS ‘장옥정’과 이후 중국 활동상을 보면 작품 선택 안목도 아직은 고수가 되긴 멀어 보인다.
 ‘장옥정’ 때 반짝 효과를 본 방송 전 언론사 투어도 이번 ‘용팔이’에선 발품에 비해 빛을 못 봤다. 온에어 전 사나흘 동안 수도권의 30여개가 넘는 언론사를 돌았는데 방문 순서와 녹화가 겹쳐 연기와 재방문 일정을 다시 잡는 과정에서 잡음을 낳으며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한 곳에서 고작 10분 남짓 머무르며 기자들과 눈도장을 찍기 바빠 ‘대체 인터뷰도 아니고 이게 뭐냐’ ‘왜 우리 순번이 뒤에 잡혔느냐’ 같은 힐난이 잇따랐다.
 몇몇 톱 여배우들이 거절한 작품으로 알려진 ‘용팔이’에 합류한 김태희의 애타는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이것마저 시청률이 저조하고 발연기 꼬리표가 붙을 경우, 차기작 결정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만큼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동네북 탈옥의 두 번째 방법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첫 번째 보다 확실하다. 연기력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게 보란 듯 실력을 쌓는 길이다. 탁월한 연기자는 태어나는 게 맞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연기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조인성은 ‘발리에서 생긴 일’ 때까지 카니발 안에서 연극배우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고, 이정재도 ‘도둑들’ ‘관상’을 찍기 전 액팅 코치를 찾아가 발성 도움을 받았다. 많은 드라마 PD들이 ‘저 친구가 연기자가 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황신혜도 괄목상대한 케이스다. 부족한 부분을 집중 교육 받으며 단점을 커버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얼굴만 믿고 부족한 줄 모르고 노력을 등한시하는 게 시청자와 팬을 기만하는 퇴행이다./bskim0129@gmail.com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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