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노래하는 교수’ 장유정, 한국대중음악사를 찾아가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5.08.26 07: 36

한국 대중음악의 실체와 그 역사를 본격 탐구한 ‘한국대중음악사 개론’(성안당 펴냄)이 나왔다. 이 책은 그저 막연하게 알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 100년의 역사를 총망라, 그야말로 대중음악의 ‘모든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한국대중음악사 개론’은 ‘일제 때의 재즈가요를 노래하는 교수’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장유정 단국대 교수와 연예기자로 활동해온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의 합작품이다. ‘역사적인’ 작업을 마무리한 장유정 교수는 그 동안 천착해온 1969년 이전의 옛 역사를, 1970년 이후 현대사는 서병기 기자가 맡아 정리했다. 전문성과 현장감이 잘 버무려져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개괄한 ‘한국대중음악사 개론’은 모두 8부로 구성, 한국 역사의 큰 흐름과 대중음악의 시대 조류를 구분, 순차적으로 서술해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장유정 교수가 1~4부에서 대중음악의 이해, 한국대중음악의 태동, 해방과 분단 속 대중음악 재편, 전후 팝과 트로트 계열 대중가요 등 1969년 이전의 대중음악의 역사를 교과서적으로 상술했다.

서병기 기자는 1970년대 이후 군부독재와 통기타 포크송 시대, 신군부와 조용필, 발라드 시대, 민주화와 서태지, 댄스음악 시대, K-pop 한류, 싸이와 세계화 시대 등을 취재 기를 바탕으로 조합했다.
이 책의 각 섹션 끄트머리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들을 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소개한 것은 큰 장점이다. 부록으로 한국 대중음악 주요 사건 연표와 한국 가요 40년 연도별 차트 등 다양한 자료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장유정 교수의 글이 당연하지만 지극히 학구적인 반면 서병기 기자의 그것은 현장 취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이중주인 셈이다.
장유정 교수는 한국 대중음악사 개론에서 따로 주목할 부분과 관련, “한국대중음악 주요 사건 연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대중음악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을 연대별로 정리한 것”을 들었다. 장 교수가 작성한 이 연표는 1896년 한민족 최초의 음원 녹음에서 출발, 1907년 미국 콜럼비아 음반회사가 한국 최초의 상업음반을 발매한 사실을 거쳐 1970년 서울 YWCA 청개구리 집 개관까지 연도별로 주요 사건을 총정리 해놓았다.
장유정 교수는 가없는 근대가요 사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론과 실제를 병행, 근대가요의 참모습을 양동(陽動)으로 파고들었다. 대중가요 연구자에서 대중가요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장 교수는 ‘근대가요 다시 부르기’ 프로젝트를 통해 원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원곡을 재해석 하는 두 가지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1939년에 황금심이 부른  ‘외로운 가로등’ 같은 노래를 디지털 싱글로 원곡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원곡의 느낌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작업이 그 대표적이다. 
장 교수는 서울대대학원 국문과에서 ‘일제강점기 한국 대중가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오빠는 풍각쟁이야’, ‘근대 대중가요의 지속과 변모’, ‘근대 대중가요의 매체와 문화’ ‘노래 풍경, 장유정의 음악 산문집’, ‘알뜰한 당신 황금심’ 등 근대가요를 탐구하는 저서를 활발하게 펴낸 바 있다. 2013년에는 ‘장유정이 부르는 모던 조선, 1930년대 재즈송’ 음반도 발매했다.
장 교수는 ‘한국대중음악사 개론’ 발간과 관련, “오롯이 저자 한 사람만의 힘과 노력과 열정만으로 어떤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에 나온 ‘한국 대중음악사 개론’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 책에는 이제까지 그 어떤 책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이미지들이 실려 있다. 예를 들어, 박순환(재키박) 선생님이 제공해주신 사진에는 신중현 선생님과 박순환 선생님이 신나게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담겨있다(두 분은 미8군 무대에서 '재키브라더스'로 잠시 활동하셨다). 그리고 우리나라 컨트리음악을 이끌어오신 조영길 선생님이 제공해주신 사진을 통해 당시 컨트리음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규성 선생님이 제공해주신 이성희 녹음기사의 사진도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또 “그와 아울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허락을 받고 실은 ‘기예자증명서’와 ‘K.P.K 전속계약서’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코리아음악연구소’라든지, 김해송의 악극평, ‘근대서지’(소명출판)에 발굴 자료로 직접 해제를 썼던 자료들도 실려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지난해 1년 간 ‘안식(安息)’ 기간에 미국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세월호 유족 돕기 바자회와 폭력피해 여성 돕기 등 두 차례 자선 공연에 참가했다.  포틀랜드, 유진, 시애틀 등에서 총 네 번 정도의 특강을 하고 워싱턴DC에서 113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인류학회에서 이난영의 노래로 발표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에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국 어머니들과 열었던 세월호 바자회에서 모금한 성금은 최근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장 교수는 버려져 있던 우리 근대가요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근대가요의 단순한 복원이 아닌, 새 생명의 숨결 불어넣는 재해석과 현대적인 재현은 그가 앞으로도 쉼 없이 추구할 길이다.
‘한국대중음악 개론’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실증적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장 교수의 대중가요 연구의 진수를 잘 드러내고 있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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