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지배받는 타자, 루틴으로 극복하는 김현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8.27 10: 10

모든 타자는 사이클의 지배를 받는다. 타율 3할을 치는 타자도 때로는 월간 타율이 2할5푼을 밑돌 수도 있다. 좋고 나쁜 사이클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기복은 타자들의 적이다. 그래서 타자들은 시즌 타율이 같더라도 타격의 기복이 적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도 경기를 하기 전부터 '계산이 서는' 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성적이 비슷해도 비교적 더 꾸준했던 선수를 더 높게 평가한다.
김현수(27, 두산 베어스)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꾸준한 선수로 꼽힌다. 매년 3할이 보장되어 있고, 두 자릿수 홈런 대열에도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에서 역전 3점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 활약해 시즌 타율을 3할2푼으로 끌어 올렸고, 17홈런 87타점으로 두 항목 모두 지난해 기록(17홈런 90타점)을 넘을 페이스다.

하지만 그런 김현수도 좋고 나쁜 사이클의 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8월 들어 그는 잠시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kt와의 수원 2연전을 기점으로 살아나는 중이다. 이에 대해 그는 "큰 이유는 없고, 사이클이 떨어지던 타이밍이었다. 안 좋아지기 전부터 박철우 코치님, 장원진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했고, 강동우 코치님도 1루에서 만나서 대화할 때 '겨드랑이가 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박 코치님은 '하체를 잡아야 한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24홈런을 기록한 뒤로 20홈런을 다시 쳐낸 시즌이 없었지만 올해는 벌써 17홈런으로 20홈런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홈런에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니다. "홈런을 많이 치고는 싶은데, 그건 부수적인 거다. 밸런스가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그걸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안타를 치겠다고 생각해서 안타를 칠 수 있으면 야구 천재다. 장타를 의식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주는 것은 잘 치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가진 것을 잃기 위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는 것이 그의 의견.
자신의 말대로 김현수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다. 신인 시절 다리를 들지 않던 김현수는 당시 김광림 타격코치의 조언으로 다리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김 코치가 퓨처스 감독으로 가면서 함께할 수 없게 되어 이 폼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여러 방향으로 연구를 거듭하던 김현수는 2012 시즌에 타율 2할9푼1리, 7홈런 65타점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것을 경험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당시를 돌아보며 그는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확실히 잡았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기술은 계속 변화했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는 늘 같게 유지하려고 한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지치지만 일찍 집에 들어가고 밥을 잘 먹으면 좋다. 루틴이 중요한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는데, (루틴이 철저한) 니퍼트 같은 선수는 처음 봤다. 루틴은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매일 밥을 먹듯 루틴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일정한 루틴을 유지한 결과 그는 매년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보증수표로 인정받게 됐다. 그리고 한 시즌 안에서도 슬럼프가 길지 않은 편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어쩌면 김현수의 이름을 가장 먼저 거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할 타율이 확실한 선수를 한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김현수를 제일 먼저 떠올릴 이들이 많을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 선수 데이빈슨 로메로의 타격이 만족스럽지 않자 4번타자를 바꿨고, 그 과정에서 선택을 받은 두산의 새 4번은 김현수였다. 사이클의 지배를 받는 것이 숙명인 타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루틴을 통해 그 폭을 조금이나마 줄일 줄 아는 선수가 바로 김현수이기 때문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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