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외 활약" 포수 폭스, 한화 신의 한 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8.27 05: 59

"상상외로 잘해줬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포수 제이크 폭스(33)에 대해 내린 평가다. 지난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6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쓴 폭스는 연장 11회까지 안방을 든든히 지켰다. 안정된 포구와 블로킹 그리고 절묘한 프레이밍과 깜짝 도루 저지까지 포수로서 기대이상 능력을 펼쳐 보였다. 타격에서도 홈런 포함 4안타를 폭발하며 한화의 10-9 역전승에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폭스의 포수 출장은 예고된 일. 지난 21일 경기 전 투수·야수들의 PFP 훈련에서 포수 장비를 차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성근 감독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고, 26일 삼성전이 바로 그 날이었다. 1회부터 조인성을 중간에 교체했고, 정범모마저 5회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돼 경기에 빠지자 포수로 나올 수 있는 선수는 폭스밖에 없었다. 

2회 대타로 교체출장 후 3~5회 우익수 수비를 본 폭스는 6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썼다. 클리닝타임 때 신인 투수 김민우와 간단하게 사인을 맞추고 경기에 들어갔다. 폭스가 홈플레이트에 자리하자 김민우의 투구에 더욱 힘이 붙었다. 6~8회 안타 없이 볼넷 1개만 허용했을 뿐 삼진만 무려 7개를 뽑았다. 
경기 후 김민우는 "폭스와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 폭스가 내주는 사인대로 던졌다. 마치 조인성 선배님과 함께 하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과 자세가 조금 달랐는데 워낙 덩치가 커서 그런지 스트라이크존이 더 크게 보였다. 엄청나게 편했다"는 말로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폭스는 "처음 한국에 올 때부터 팀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감독이 포수를 볼 수 있느냐고 물어 바로 준비돼 있다고 했다. 포수를 한 지 조금 오래됐지만 투수와의 호흡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포수로서 팀 승리에 공헌한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김민우와 호흡에 대해서는 "내가 사인을 제안할 수 있지만 결국 공을 던지고 마무리하는 건 투수의 몫이다. 투수의 성향에 최대한 맞춰 사인을 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힘 있는 직구 위주로 정면승부하다 결정구로 잘 떨어진 포크볼과 커브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게 통했다. 권혁과 호흡에 있어서도 직구 일변도에서 벗어나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가미한 게 좋았다. 
폭스는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더블A에서 포수를 보고 난 뒤 거의 1년 만에 마스크를 썼다. 포수로서 도루를 잡은 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2006년 마이너리그에서 포수로 풀타임을 뛰고 나서 처음인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타격에서도 홈런 포함 4안타를 폭발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폭스는 "마음가짐을 편안하게 갖고 스윙한 게 좋았다"고 대답했다. 
김성근 감독은 "폭스가 상상외로 잘해줬다. 앞으로 기용 폭이 넓어질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타격뿐만 아니라 포수 수비에 있어서도 폭스의 가능성을 실전에서 확인했다. 공격력을 극대화하며 경기 후반 다양한 작전의 길을 열어놓았다. '폭포수' 폭스의 포수 변신이 한화에 신의 한 수가 될지 주목된다. /waw@osen.co.kr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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