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처럼’ 홍건희, KIA 미래 설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27 06: 00

어려운 상황,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잘 던지고 있다. 배짱 좋은 빠른 공으로 상대 타선을 윽박지를 수 있는 힘과 패기가 돋보인다. 선발·불펜을 오가는 활용성은 팀 마운드에서 가치가 빛난다. KIA 마운드의 희망인 홍건희(23)의 이야기다.
홍건희는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5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비록 팀이 4-2로 앞선 9회 정상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해 데뷔 첫 선발승은 날아갔지만 많은 팬들이 잠재력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거침없는 투구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그런 측면에서 어쩌면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최근 타선 짜임새가 헐거워진 SK는 이날 어쩔 수 없이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을 전진배치하며 홍건희를 압박했다. 자연히 스윙이 조금씩 커지는 양상을 드러냈다. 걸리면 장타였다. 그러나 홍건희는 이런 경험 많은 베테랑 타자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는 인상적인 내용을 선보였다. 최고 148㎞에 이른 홍건희의 빠른 공에 SK 베테랑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거나 빗맞았다. 탄착군이 일정하지는 않았지만 공의 위력이 있어 오히려 SK 타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빠른 공을 노리고 있으면 135㎞에 이르는 예리한 고속 슬라이더와 포크볼로 헛방망이를 이끌어냈다. 빠른 공과 떨어지는 공의 조합에 삼진도 5개나 잡아냈다. 최근 선발 로테이션 두 자리가 사실상 공석이 된 KIA의 대체 선발 중 하나였지만 “최근 경기에서 길게 던지는 임무였는데 잘 던졌다”라는 경기 전 김기태 감독의 자신감은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예전에 어딘가에서 많이 봤던 광경인 것 같기도 하다. 바로 팀 선배인 윤석민(29)의 초창기와 흡사하다. 역시 빠른 공을 던진다는 점, 변화구 구사 패턴, 그리고 투구폼도 일정 부분 닮아 있다. 여기에 1군에서 경험을 쌓는 상황마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05년 KIA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윤석민은 신인 시절이었던 2005년부터 KIA 마운드의 미래로 불렸다. 2005년과 2006년은 KIA 마운드가 확실하게 정비된 상황이 아니라 중간 계투는 물론 선발과 마무리로도 뛰었다. 전천후 활약이었다. 홍건희는 곧바로 군 문제를 해결했다는 과정의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사실상 1군 첫 해인 올 시즌 선발·불펜에서 30경기에 나가며 서서히 경험을 쌓고 있다.
그렇다면 홍건희도 그 때 그 윤석민처럼 성장 단계를 밟고 있을지도 모른다. 윤석민은 선발로 전향한 2007년 리그 최다인 18패를 기록하며 혹독한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그 아픔을 딛고 2008년 14승을 거두며 단번에 KIA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대한민국 대표 우완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이르렀다. 홍건희도 지금의 성장세라면 미래는 물론 올 시즌 팀 마운드에서의 일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리빌딩 시즌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소속팀의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어 더 흥미롭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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