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권혁 활용법, 과연 이대로 괜찮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03 13: 00

3.62→6.14. 한화 권혁(32)의 평균자책점 변화 폭이다. 6월까지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한화 수호신 역할을 했으나 7월 이후에는 6점대로 크게 치솟았다. 한화 승리의 상징이었던 권혁이 여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 시즌 첫 0이닝 투구 왜?
권혁은 지난 2일 청주 KIA전 3-4로 뒤진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구원등판했다. 그러나 선두 김원섭에게 2구 143km 직구를 공략 당해 중전 안타를 맞은 뒤 이성우에게 초구 144km 직구를 맞아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내줬다. 이어 박준태와 승부에서도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권혁은 공 9개를 던진 채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시즌 69경기 만에 처음으로 0이닝 투구를 한 것이다. KBO리그 역대 24번째 순수 구원투수 100이닝(101⅓이닝) 돌파의 역사를 쓴 권혁이었지만 거듭된 투구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9경기 중 7경기에서 실점했다.
이날 권혁은 9개의 공 중 직구가 5개였다. 그러나 최고 구속은 144km, 평균 구속은 143.4km. 한창 좋을 때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졌으나 이날은 이틀 휴식에도 불구하고 구위가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김원섭과 이성우는 권혁의 직구에 확실한 노림수를 갖고 빠른 카운트에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직구를 연속으로 맞은 권혁은 후속 박준태 상대로 던진 6개의 공 중 4개가 슬라이더였지만, 파울 커트 1개를 뺀 나머지 3개는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볼이었다. 직구가 공략당하는 상황에서 변화구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자 권혁은 더 이상 마운드에서 버틸 힘이 없었다. 8회말 최진행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따라붙은 한화로선 권혁의 추가 1실점이 너무 뼈아팠다.
▲ 기록이 증명하는 피로누적
권혁은 6월까지 43경기 4승6패10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지만 7월 이후 26경기에서는 5승4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6.14로 흔들리고 있다. WHIP(1.42→1.69) 피안타율(.257→.303) 9이닝당 피홈런(0.97개→1.47개)  9이닝당 볼넷(3.76개→4.66개) 승계주자 실점률(4.3%→42.9%)이 대폭 상승한 반면 9이닝당 탈삼진(8.21개→4.91개)은 뚝 떨어졌다.
블론세이브 역시 6월까지 3개였지만 7월 이후에만 4개로 증가했다. 같은 투수의 기록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 모든 지표는 권혁이 지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권혁의 문제는 직구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패턴과 제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한창 좋았을 때 권혁이 기 막히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구사한 건 아니었다. 좌우 낮게 깔리며 코너워크 되는 직구가 힘을 잃은 결과인 것이다.
올 시즌 권혁은 박빙의 상황은 물론 지고 있거나 크게 있어도 마운드에 올랐다. 3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6경기 등판했고, 4점차 리드에도 7경기를 던졌다. 5~6점차 리드에도 2경기씩, 7점차 리드에도 3경기 나온 권혁은 심지어 8점차로 크게 있을 때에도 1경기 등판했다. 11번의 연투와 7번의 3연투도 있었다. 사람인 이상 이렇게 던지고도 지치지 않으면 권혁이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한화 김성근 감독은 "권혁이 자신의 뒤를 받쳐줄 투수가 없어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구위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잘 나갈 때 위풍당당한 권혁이 최근에는 위축된 게 사실이다. 물론 치열한 5위 다툼에서 윤규진이 어깨 통증으로 빠진 불펜 사정상 권혁이 없으면 안 되는 한화이지만 지금 상태의 권혁을 고집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도 체력 안배 차원에서 엔트리 말소하며 휴식을 준 한화이기에 더욱 그렇다. /waw@osen.co.kr
청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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