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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제의 프리즘]석현준과 44년 전 비토리아 세투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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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라탄' 석현준(24, 비토리아 FC)이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하며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항해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원톱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44년 전 서울서 열렸던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석현준의 현 소속 팀 비토리아 FC와 한국대표팀 청룡의 3차례 평가전이었다. 당시는 주로 비토리아 세투발로 불렸던 이 팀은 현재는 FC 포르투, 스포르팅 리스본에 밀리지만 1970년 세계클럽대항전서 우승하는 등 그 무렵에는 에우제비우가 뛰었던 벤피카와 함께 포르투갈리그를 양분하던 클럽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시 월드컵에 진출하지 않는 한 수준 차이로 인해 유럽이나 남미 국가와 경기는 성사되기 어려워 아시아 국가들과만 A매치를 치렀던 한국에는 단일 클럽팀이라해도 버거운 상대였다. 게다가 포르투갈 대표 출신 선수가 11명이나 소속돼 있었다.

1972년 뮌헨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전력 점검에 나섰던 한국은 이회택 김호 김정남 이세연 박병주 김창일 박수덕 정규풍 이차만 김호곤 등이 뛰었고 체격 개인기 스피드에서 모두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1971년 8월 26일 2-4, 8월 28일 0-2, 8월 30일 0-3으로 3게임을 모두 패했다.

비토리아 세투발서 단연 눈에 띄었던 선수는 192cm의 장신 토레스였다.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벤피카에서도 뛰었던 토레스는 1차전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위 아래가 모두 되는' 높이와 발기술을 모두 갖춘 뛰어난 선수로서 골키퍼를 포함 180cm가 되는 선수가 한 명도 없는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막기가 어려웠다. 

지난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서 열린 한국과 라오스의 2016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차전을 보면서 오래 전 일을 떠올린 것은 한국의 원톱으로 선발 출장한 선수가 비토리아 세투발서 뛰고 있는 석현준이었기 때문이었다. 190cm의 장신에 기술까지 갖춘 석현준의 존재와 라오스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44년 전 비토리아 세투발과 한국의 경기를 연상케 했다.

석현준이  과거 한국을 호되게 혼내줬던 비토리아 세투발의 주전 스트라이커를 맡아 이번 시즌 정규리그 3경기서 모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최근 2경기 연속 득점하는 등 3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점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이날 석현준은 과거 토레스처럼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라오스는 최장신 선수가 179cm에 불과해 당시 한국처럼 제공권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44년 전 유럽 국가 치곤 크지 않은 포르투갈 선수과도 체격 차이가 컸던 한국 선수들이 같은 아시아 국가인 라오스 선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 조건이 우세한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이 들었다.

물론 축구는 신체 조건으로만 하는 운동은 아니다. 즉 석현준은 기본 인프라는 갖췄고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여타 부문서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석현준은 이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 조광래 감독 시절이던 2010년 9월 7일 이란전서 약 15분을 뛰고 A매치에 데뷔한 뒤 5년 가까운 국가대표 공백을 딛고 라오스전 후반 12분 감각적인 슛으로 한국의 3번째 골을 터뜨려 2번째 A매치서 데뷔골을 맛본 것은 물론 석현준의 앞길에 청신호다.

석현준은 라오스전 후 "너무 좋고 행복하다. 팀이 대승해서 행복하다. 전반에는 호흡도 안 맞아서 최대한 많이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볼이 들어오면 그쪽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감독님 지시가 있었고 가운데서 받아주는 걸 말씀하셔서 주문에 따르려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석현준은 또 "5년 전 경기에 비해 많이 뛰었다. 당시 15분을 뛰었는데 이번에는 60분을 뛰어 기쁘다. 경험이 부족했는데 많이 좋아졌다"며 "너무 볼 없이 뛰어서 체력을 많이 소진했고 안 맞는 부분도 많았다. 레바논전에 맞춰서 더 잘 뛰고 싶다. 다음 경기에도 또 넣고 싶다"고 말했다.

냉정히 평가해서 석현준의 이날 플레이는 다소 미흡했다. 본인의 코멘트에 모든 게 담겨 있다. 무엇이 안 됐고 무엇이 잘 됐는지 다 나온다. 석현준이 오는 8일 오후 11시 킥오프될 레바논과 원정 경기(MBC 중계)에 또 선발로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얻었을 것이다. 

첫 부름을 골로 화답한 석현준이 확실한 원톱 부재로 고민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감독은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골을 넣어주는 선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OSEN  편집국장 johnamj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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