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전후반기 다른 두 얼굴 사나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05 10: 30

김성현(28, SK)의 전반기는 최악이었다. 속출하는 수비 실책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타율은 덩달아 떨어졌다. 2군행도 경험했다. 그러나 후반기는 다르다. 안정된 모습을 되찾았고 이제는 수비는 물론 타선의 핵심으로 거듭나며 팀을 이끌고 있다. 전반기 부진을 완전히 떨쳐내는 활약이다.
김성현은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공·수 모두 빛이 났다. 수비에서는 어려운 타구를 잘 처리하며 철통같은 모습을 선보였고 타격에서는 홈런 한 방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모두 영양가가 만점이었다. 1회에는 무사 1루에서 런앤히트 사인 때 침착하게 넓은 1·2루간으로 타구를 보내 우전안타를 기록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5회 무사 1루에서는 클로이드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월 2점 홈런을 기록했다.
경기 후 김용희 감독도 “결정적인 순간 김성현의 홈런이 나왔다”라고 승리 주역 중 하나로 뽑았다. 김성현은 이 홈런에 대해 “빠른 공 타이밍에 방망이가 나갔는데 체인지업이 걸려 들었다”라고 겸손해하면서도 “맞는 순간 홈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덜 뻗어 겨우 넘어갔다”라고 미소 지었다. 과정이야 어쨌든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고 시즌 7호 홈런이 됐다.

이런 김성현의 후반기 성적은 주목할 만하다. 김성현은 전반기 67경기에서 타율 2할4푼9리, 2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주 포지션이 수비가 더 중요한 유격수라고 해도 ‘타고투저’ 시대를 고려하면 낮은 수치였다. 여기에 실책만 16개를 저질렀다. 수비력은 분명 좋은 선수인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지 못한 탓이 컸다. 16개의 실책은 리그 최다의 불명예였다.
그러나 2군행 이후 몸과 마음을 모두 정비했고 후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김성현은 후반기 37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 5홈런, 1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은 4할6리, 장타율은 0.552로 OPS(출루율+장타율)는 0.958에 이른다. 후반기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리그 그 어떤 유격수에도 밀릴 이유가 없다. 실책(5개)도 줄었다. 간간이 실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책은 확실히 줄었다. 오히려 팬들을 감탄하게 하는 호수비가 실책보다 훨씬 더 많았다.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좋다보니 최근에는 여러 포지션에서 중용되고 있다. 팀 사정상 2루에 간 적도 있었고 최근 타순은 그간 하위타선에서 1·2번 테이블세터, 혹은 하위타선의 시작인 7번으로 배치되고 있다. 9월 들어서는 4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 1홈런, 5타점으로 SK 타자 중 가장 나은 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조만간 중심타선에도 들어가겠다”라는 농담이 김성현의 상승세를 설명한다.
하지만 특별한 욕심은 없다고 말하는 김성현이다. “몸 상태는 좋다. 체력적인 부분도 큰 문제는 없다”라고 말하는 김성현은 최근 타순이 조정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렇게 큰 신경은 쓰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규정타석을 채우면 ‘2할8푼 이상의 유격수’가 될 수도 있지만 역시 “계산해 봤는데 쉽지 않을 것 같더라”라고 미련을 접었다고 했다.
현재 김성현은 규정타석에 17타석이 모자란다. SK는 25경기가 남아있고 지금 추세라면 달성도 가능하지만 김성현은 “공격이나 규정타석보다는 수비가 우선이다. 수비부터 신경을 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설사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공·수 모두에서 붙박이 주전이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후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에도 주전으로 뛰는 경험을 쌓는다면 금상첨화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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