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없다는 한화, 트레이드한 투수들은 펄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05 12: 50

KBO리그 트레이드 시장에서 투수는 금값이다. 거의 모든 팀들이 오랜 시간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과감하게 썼다. 그것도 투수력이 부족하다는 팀에서 쓸 만한 투수 내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올 시즌 한화의 첫 트레이드는 지난 4월8일 있었다. 넥센 외야수 이성열과 포수 허도환을 받는 조건으로 양훈을 넘겨주는 2대1 트레이드였다. 당시 한화는 주전 포수 조인성이 부상 중이었고, 장타와 대타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트레이드를 주도한 김성근 감독은 "손해 볼 것을 의식하면 안 된다. 우리는 포수와 대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이후 이성열은 주전급 대타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고, 허도환도 안정된 수비력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단기 효과는 확실했다. 다만 군입대 전까지 선발·구원, 어디에서도 활용 가능한 양훈을 내준 것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없던 건 아니다. "투수력이 약한 한화가 양훈을 트레이드한 것은 의외"라는 게 야구계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양훈은 트레이드 당시까지 1군에 없었다. 체중 감량으로 구위가 저하되고, 투구폼 교정 문제로 전력이 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넥센으로 이적 후 다시 체중을 불리며 투구 밸런스를 찾는 공을 들였다. 3개월가량 2군에서 가다듬은 뒤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투입됐다.
이적 후 9경기 1승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 중이다. 특히 4일 대전 한화전에서 4회 구원등판, 3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 역투로 넥센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이적 첫 승을 친정팀 한화 상대로 거둔 것이다. 한화는 3연패만큼이나 양훈의 비수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5월6일에는 KIA와 4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좌완 유창식과 우완 김광수가 한화에서 KIA로 떠났다. 유창식은 트레이드 전까지 8경기 2패 평균자책점 9.16으로 부진했고, 김광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성근 감독의 눈 밖에 나 제대로 된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현실을 택한 것이고, KIA는 미래를 택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김 감독은 "박정진과 권혁을 무리시키지 말아야 한다. 누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가야 한다"며 트레이드로 데려온 투수 임준섭과 박성호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아직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KIA에서 김기태 감독의 믿음 아래 기회를 잡은 김광수는 30경기 4승3패7홀드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하며 불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화전 4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비수를 꽂았다. 유창식도 KIA 이적 후 11경기 평균자책점 4.98로 조금이나마 좋아졌다. 무엇보다 만 23세로 여전히 젊다.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8위(4.96)로 떨어져 있다. 8월 이후에는 평균자책점 9위(5.12)로 최하위를 겨우 면했다. 여전히 불펜 의존도가 높은데 권혁·박정진의 부담을 덜어줄 재미있는 투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트레이드로 내보낸 투수들은 펄펄 날고 있다. 두 번의 트레이드에서 미래보다 현실에 포커스를 맞춘 한화이지만, 후반기 9위 추락과 함께 5위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waw@osen.co.kr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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