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추락' 한화 야구가 무기력해진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19 05: 58

"선수들의 의욕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한화 야구를 지켜보던 야구인들과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과연 선수들이 정말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한화 선수들이 안 됐다. 지금까지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성적이 이렇게 떨어졌다. 죽을 맛일 것이다. 지금 시점에 의욕이 생기기 어렵다. 요즘 한화 경기를 보고 있으면 선수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가 후반기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후반기 50경기 18승32패 승률 3할6푼. 유일하게 4할대 승률이 안 되는 후반기 최하위 팀이다. 어느새 시즌 순위도 8위까지 떨어진 한화는 가을야구 희망의 불씨도 점점 꺼져가고 있다. 5위 롯데와 승차는 2.5경기인데 잔여 10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자력으로 5위가 될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

특히 9월에는 5승11패 승률 3할1푼3리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데 무기력한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 투타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거나 눈에 띄게 지쳐있다. 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 결과 다 잡았던 경기를 허무하게 놓치거나 경기 내내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대패하는 경기가 이어진다. 특히 18일 대전 NC전에서의 2-15 대패는 예년 한화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지금 한화의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은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지난해 10월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한화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시즌 중 월요일 휴식 일도 쉬는 게 아니었다. "알아서 하라"는 자율 훈련이지만 선수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야구장에 출근하지 않고 제대로 푹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다. 모선수는 쉬는 날에 야구장에 나오지 않고 쉬었는데 공교롭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레이드됐다. 
선수들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많이 지쳤다. 올해 한화는 문책성 교체가 잦다. 공수에서 실수를 한 번 하거나 맥을 끊는 플레이가 나오면 가차없이 교체되거나 2군행 조치를 받았다. 젊은 선수든 베테랑이든 예외없이 1회라도 바꿨다. 특히 이닝 중 교체가 많았다. 한화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은 "어떤 선수는 경기 중 문책성으로 교체될 때마다 모든 것이 자기 탓인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실수했을 때 다음날 훈련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감도 크다"고 말했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투수 배영수는 18일 1군 엔트리에는 그대로 있는데 2군이 있는 서산으로 이동했다. 2군에서 훈련과 연습경기로 재조정하며 심신을 추스르는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 전날 모 선수도 이런 식으로 2군에 내려갔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1군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선수는 경기도 못 뛰고 하루 동안 서산-대전을 오가며 시간만 허비했다. 
반대로 엔트리에는 등록되지 않았는데 1군과 함께 하는 무명의 선수들도 있다. 신인급 투수들이 경기 전 배팅볼을 던지기 위해 동행하는 것이다. 엄연히 선수인데 훈련 때 배팅볼만 던지고 경기가 시작할 쯤에는 퇴근한다. 제구를 잡기 위한 훈련이라는 게 명목이지만, 실전 경기에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큰 어린 투수들에게 제대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팀도 개인도 지금 힘들 시기다. 그걸 넘어가야 한다. 한계를 넘으며 힘 드는 것을 이겨내고 넘어 가야 한화 구단도, 개인도 미래가 있다. 여기서 머무르면 끝이다"고 말했다. 한계점에 다다른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마른 수건을 쥐어 짜낸다고 물이 나오는 건 아니다. 설상가상 벌써부터 시즌 후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대규모 인원을 꾸려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쯤 되면 한화 선수는 '극한 직업'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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