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박정진 투구수, MLB와 비교해도 월등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21 06: 08

올해 KBO리그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이 던지고 있는 권혁(32)과 박정진(39, 이상 한화 이글스)의 피로도를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간접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이들은 빅리그 투수에 비해 평균 두 배 가까운 공을 던지고 있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의 칼럼니스트 버스터 올니는 21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들의 투구 수에 관한 자료를 올려놓았다. 2014 시즌과 2015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구원 등판해 가장 많은 공을 던진 불펜투수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 자료에 의하면 1위는 델린 베탄시스(뉴욕 양키스)였다. 2년간 137경기에서 166⅓이닝을 던진 베탄시스는 총 2604개를 던졌다. 제이크 디크먼(텍사스 레인저스, 2370개), 트레버 로젠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368개), 카를로스 토레스(2358개), 쥬리스 파밀리아(2316개), 타일러 클리파드(이상 뉴욕 메츠, 2286)가 그 뒤를 이었다. 베탄시스를 제외하면 모두 2400구 이하로,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투구 수 최상위급 불펜투수가 던지는 공이 연 평균 1200개 이하다.

베탄시스의 투구 수가 많은 것은 나오면 무조건 막아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1.40, 올해 1.41이다. 6위 안에 메츠 투수가 3명이나 있어 유난히 많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클리파드는 7월에 메츠로 트레이드된 케이스다. 2286구 중 대부분은 워싱턴 내셔널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쌓은 것이다.
이번 시즌 KBO리그에서는 단연 권혁과 박정진이 가장 많은 공을 던지고 있다. 각각 75경기, 76경기에 등판해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이 출장한 두 투수인 이들은 불펜투수 가운데 투구 수도 가장 많다. 투구 수에서는 박정진이 1644개로 불펜투수 중 2위고, 권혁이 2056구를 던져 압도적인 1위다. 2위 박정진은 3위 최금강(NC) 보다 2경기 많이 나온 것이 전부지만 그보다 9⅓이닝을 더 소화했고, 공도 201개나 더 던졌다.
박정진은 앞서 제시했던 메이저리그 최상위급 투수들과 비교해도 투구 수가 월등히 많다. 1위인 베탄시스의 평균(1302개)과 견줘도 342개를 더 던졌고, 빅리그의 평범한 투수들과 비교하자면 말할 것도 없다. 박정진은 9월 들어 단 3경기에만 마운드에 올라 앞으로 크게 많은 투구 수를 추가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던진 것만 해도 일반적인 메이저리그 불펜투수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투구 동작을 취한 것이다.
권혁은 훨씬 심하다. 박정진보다 한 경기 덜 나왔지만 75경기에서 109이닝을 책임졌다. 그리고 이미 많은 기록들을 쓰고 있다. 2010년 정우람(SK, 102이닝) 이후 5년 만에 순수 구원 100이닝을 돌파한 투수가 됐는데, 5년 전 정우람과 올해 그의 공통점은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팀 소속이라는 것이다.
구원으로 2000구를 넘긴 것은 2002년 노장진(삼성) 이후 13년 만이다. 권혁은 109이닝 동안 총 2056회 투구했다. 박정진과 달리 권혁은 9월에도 7차례나 실전 마운드에 올랐다. 앞으로 투구 수를 더 많이 누적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1이닝 당 투구 수는 18.86개다. 한 번 등판하면 1이닝 이상을 버틴 적이 많았던 권혁이라면 남은 8경기 안에 2100구는 물론 2200구에도 근접할 수 있다.
단순히 많이 던졌다는 것만이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기록이 말해주는 부분들이 있다. 전반기 4.01이던 권혁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7.16으로 치솟았다. 특히 9월엔 11.74로 불안하다. 박정진은 모습을 보기조차 어렵다.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타자들을 압도하는 피칭을 꾸준히 보여줬다면 누구도 혹사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베탄시스가 아니었다.
그리고 양키스의 조 지라디 감독도 김 감독과는 성향이 달랐다. 3일 연투를 되도록 시키지 않으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그는 불펜을 무리시키지 않으려 하지만 베탄시스가 워낙 믿음직해 비교적 자주 내보낸다. 그럼에도 지난해 1365구를 기록한 베탄시스가 4월을 제외하면 30개 이상 던진 것은 4경기에 불과했다. 반면 권혁은 3일 넥센전에서 55구를 던진 것을 비롯해 9월 7경기에서만 네 번이나 30구 이상 던졌다. 김 감독이 만져줘야 할 것은 권혁의 뺨이 아니라 어깨일지도 모른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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