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성근 감독, “사인 훔치기, 다른 팀 다한다, 뺏기면 역 이용 해야”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5.09.25 11: 17

야구 판의 사인 훔치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엔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본 프로야구 판에서도 횡행했다.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선동렬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일본 야구도 저팬시리즈에서는 사인 훔치기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프로야구도 큰 게임에서는 알게 모르게 사인 훔치기가 일어난다는 얘기다. 한국야구는 어떤가.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뿐이지 그라운드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사인 훔치기? 웃으면서 말하겠다. 우리 팀은 하지 않지만 다른 팀은 다 한다. 우리 팀? 제 발 했으면 좋겠다. (상대) 투수의 쿠세(일본어. 버릇)를 뺏으면 좀 좋겠나. 다른 팀에는 몇 명 있지만 우리는 양 사이드(1, 3루를 말함)에서 (상대 사인을) 뺏을 만한 코치가 없다. 나는 시키지 않지만 제발 (우리 코치들이) 그렇게 했으면 한다.”

김성근 감독의 발언은 항간에 유포돼 있는 ‘한화가 사인 훔치기를 잘 한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함과 동시에 오히려 다른 팀들이 사인 훔치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적시한 것이다.
김 감독은 “우리 세계에서는 (사인을) 빼앗기는 것이 병신이다. 프로는 빼앗겼다고 떠드는 것은 수모다. 어디서 빼앗겼는지 알아내 역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야구 수가 는다.”고 역이용설을 주장했다.
사인 훔치기는 물론 비열한 행위다. 그런데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2군(퓨처스리그) 경기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이정훈 한화 2군 감독은 “우리는 (사인 훔치기를) 절대로 못하게 하고 있지만 다른 구단들은 공공연하게 한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선수들이 편법과 얄팍한 꼼수부터 배운다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는가.
 
김성근 감독은 “우리나라 야구는 배터리 사인을 2루 주자가 뺏어 타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타자들의 타이밍이 늦다. 얘기해 봐야 건덕지(건더기)는 없고, 아, 여기서 빼앗겼구나 하면, 사인을 바꾼다. 경기 도중 내가 손가락을 돌리면 사인을 바꾸라는 신호다. 어느 팀은 경기 중간에 사인을 바꾸니까 타자들이 하나도 못쳤다. 염경엽 감독(넥센 히어로즈) 감독도 내게 ‘우리는 (사인을) 매 이닝 바꿉니다’고 얘기했다”고 현장 상황을 길게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런 사례도 들었다. 타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주자가 1루나 2루, 도는 3루에 있을 때 애버리지(평균 타율)를 봐도 알 수 있다.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어떤 타자의 애버리지가 높으면 충분히 의심할만하다는 것이다.
올해도 시나브로 프로야구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더욱이 5위 싸움이 치열한 마당이다. 그렇다고 야구법에 엄연히 금지돼 있는 사인 훔치기로 이득을 챙기려는 팀이나 선수들이 있다면, 아서라, 그러지 말아야 한다. 가을야구무대에서는 정정당당한 맞대결, 깨끗한 야구를 보고 싶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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