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물어뜯고 숨기고 재발견...그래야 음악예능 뜬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10.01 08: 01

[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추석 연휴기간 동안 여느 때보다 음악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방송되었다. 그 가운데 SBS에서 2부작으로 선보인 “심폐소생송”은 화제성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으며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좋은 노래이지만 미쳐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묻혀버린 가수들의 이전 발표곡들을 재발견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심폐소생송”. 어떻게 보면 요즘 음악예능 또는 경연 프로그램의 트렌디한 컨셉을 시기 적절하게 벤치마킹한 결과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제 평범하게 그리고 평안하게 노래를 TV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시대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아이돌 가수 위주로 출연하는 최신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시청률 저하는 TV 음악 프로그램의 기획적인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생각해야 했고, 급기야 기성가수들끼리 경쟁을 펼치는 “나는 가수다”의 탄생으로 이어져 큰 반향을 일으킨 후 다양한 포맷의 경연(예능) 프로그램들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되었다.

방송 초기 “나는 가수다”의 아류 작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불후의 명곡”은 “나가수”가 인기 부침 끝에 하락세를 겪는 동안 한 때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무한도전”을 누를 만큼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불후의 명곡”은 너무 밋밋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다른 경쟁 프로그램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가고있다.
TV 음악 프로그램 패러다임에 변화가 확실하게 온 결과다. 이제는 출연 가수들이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헐뜯거나 비난해야 하고, 얼굴이 감춰진 대로 노래하는 목소리로 관객과 시청자를 감동시켜야 하고, 이미 오래 전에 잊혀졌거나 미처 알려지지도 않은 가수와 노래를 띄우기 위해 듣고 보는 이의 감성을 움직여야 한다.
엠넷의 힙합 뮤지션들의 경연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는 출연진들의 거칠고 직설적인 대화가 오가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한 가사에 실어 래핑으로 전하며 10~30대 음악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힙합 음악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견인차가 되고 있다. 아마도 향후 몇 년간 힙합 사운드를 들려주는 프로그램들이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이번 주 토요일 네 번째 시즌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JTBC “히든싱어”는 인기가수와 아마추어 모창 참가자들이 블라인드 뒤에 숨어 목소리로만 노래대결을 펼치는 경연 프로그램으로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자리를 잡았다. 실제 가창자의 외모를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숨겨 드러내지 않는 ‘비밀주의’는 심사위원들에게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프로그램 “더 보이스”의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히든싱어”의 성공은 기발한 스타일의 가면을 쓰고 무대에서 혼신의 열창을 하는 “복면가왕”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가수, 배우, 개그맨, 스포츠맨 등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 ‘편견을 버리고 노래하는 목소리’로만 승부를 펼치는 “복면가왕”은 일요일 저녁 시간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을 만큼 화제의 중심에 있다.
앞서 소개한 음악 프로그램 “심폐소생송”은 ‘재발견, 재조명’에 그 초점이 모아진다. 이미 발표되었지만 그늘에 묻혀 사라져 버린 ‘한 곡’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 전문가와 대중의 선택을 기다린다면, JTBC가 정규 방송으로 편성한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잊혀진 가수를 다시 재조명해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미 “심폐소생송”과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두 프로그램의 유사성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은 가운데, 90년대 가요계를 재조명해 올해 초 신드롬을 불러 모았던 “무한도전 – 토토가”의 성공이 진일보된 타방송사들의 프로그램 탄생에 초석이 되었을 것이다.
TV에서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던 시청자들에게 자극적이고 감칠맛 나는 ‘MSG가 가미된 음악 보고듣기’를 경험하게 한 방송사들. 때로는 거친 가사로 물어뜯고, 때로는 노래하는 사람의 모습을 숨기고, 때로는 잊혀진 것을 다시 발견해야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음악예능(경연) 프로그램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osenstar@osen.co.kr
[해리슨/대중음악평론가]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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