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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한국농구, 일본에 추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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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장사(중국), 서정환 기자] 주먹구구식으로 운동을 해도 성적이 나오던 시절은 지났다. 한국농구의 8강전 패배는 ‘시스템 부재’에 원인이 있었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일 오후 중국 후난성 장사시 다윤 시티아레나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8강전에서 ‘아시아 챔피언’ 이란에게 62-75로 완패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후 20년 만에 올림픽 진출을 노렸던 한국농구의 꿈은 그대로 꺾였다. 남자농구가 아시아선수권 4강 진출에도 실패한 것은 지난 2009년 톈진선수권 7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반면 한국농구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은 8강전에서 카타르를 81-67로 물리치고 18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2차 결선리그서 카타르에 63-69로 패해 F조 2위 자리를 빼앗겼다. 결국 그 패배로 8강서 이란과 만난 한국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한국을 이긴 카타르는 왜 일본에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것일까? 이유가 있다.   

▲ 일본은 한 수 아래? 구시대적 발상

전통적으로 한국농구는 일본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폭 넓은 저변과 많은 선수 인구에도 불구하고 좋은 선수가 적다는 것. 특히 육체적인 능력에서 한국선수들이 더 월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여자농구에서 일본은 이미 한국을 추월한 지 한참 됐다. 일본은 지난달 중국 우한에서 열린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 결승전에서 중국을 85-50으로 대파하고 2연패를 차지했다. WNBA에서 뛰는 센터 도카시키 라무는 대회 MVP에 올랐다. 연령별 청소년대표팀에서도 한국은 이미 일본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여자농구의 좁은 저변을 고려하면 앞으로 일본과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

유일한 자존심이었던 남자농구도 이제 일본에 추월을 당하는 모양새다. 한국은 존스컵에서 일본에 54-60으로 패한 바 있다. 하승진과 양동근이 뛰지 않았다지만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 한국은 대회에 임박해 단기간 합숙훈련을 하면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는 구시대적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전임감독조차 없는 한국농구는 이제 일본의 장기계획 성공모델을 보고 배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본은 수 년 전부터 하세가와 겐지 감독이 맡아 지도에 연속성이 있다. 선수들도 고유의 팀 컬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무려 3개월 전부터 합숙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은 한국의 상무를 초청해 네 차례 연습경기를 갖는 등 전력향상을 위해 갖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실이 아시아선수권 4강 진출로 이어진 것이다. 한 달 여 남짓 손발을 맞춘 한국은 대학생 선수들이 국가대표 차출기간 소속팀 경기에 뛰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 한국 이긴 카타르, 왜 일본에 졌나?

한국은 카타르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일본은 너무 쉽게 카타르를 제압했다. 원인 중 하나는 전력분석에 있었다. 한국은 원래 전력분석원이 없었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농구협회는 뒤늦게 이창수 전력분석원을 선임했다.

문제는 각 팀마다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출입증(ID카드)이 19장만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은 선수 12명 + 코칭스태프 3명 + 단장 1명 + 매니저 겸 통역 1명 + 트레이너 2명으로 19명 정원이 다 찼다. 결국 나중에 합류한 전력분석원은 출입증을 발급받지 못했다. 경기장 출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 한국의 전력분석원은 상대팀 경기를 현장에서 분석하지 못했다. 여기에 주최 측이 경기영상을 제대로 배급하지 않으면서 전력분석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김동광 감독은 “2차 연장까지 간 카타르-레바논 경기를 구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CD를 주지 않았다. 결국 카타르 전력분석은 대만전 경기영상을 3번 보고 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전 패인은 준비 부족이었다.

똑같은 상황의 일본은 어떻게 했을까. 일본은 단장이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았다. 선수단 행정지원이 임무인 단장이 굳이 출입증 하나를 차지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 대신 실질적으로 선수를 돌볼 수 있는 트레이너를 한 명 더 뒀다. 전력분석원의 경우 취재원으로 따로 등록해서 일찌감치 출입증을 받았다고 한다. 철저히 실리를 추구한 셈이다. 덕분에 일본의 전력분석원은 일본이 상대할 국가를 마음대로 철저히 연구했다고 한다.

일본의 전력분석원은 9월 29일 치러진 중국-카타르전을 보고 카타르의 최신 전술을 분석하고 선수들을 연구했다. 이 결과를 고스란히 코칭스태프가 다음 날 훈련에 반영했다. 그 결과 일본은 카타르에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카타르와 싸웠던 한국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 완벽한 대표팀 지원, ‘손빨래 없다’

한국대표팀은 막내 선수들이 ‘손빨래’를 하고, 2m대의 다리 긴 선수들이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왔다. 호텔 측에서 제공한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 한식도시락을 시켜먹는 처지다. 똑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일본은 어려움이 없을까? 그렇다.

일본남자농구대표팀은 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의 용품지원을 받고 있고, 스포츠회사 제비오의 후원을 받고 있다. 금전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대표팀에 선수들 용품을 챙기는 직원이 따로 있다. 선수들이 직접 손빨래를 할 이유가 없다.

식사는 어떨까. 일본대표팀의 경우 중국호텔에서 제공한 식사가 입에 맞아 큰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본농구협회직원이 직접 일본에서 전기밥솥과 쌀을 공수해 주먹밥 등 간식을 만들어서 선수단에게 제공하고 있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다. 만일을 위해 장사 시내에 있는 일식당도 알아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었다.

연습구장 문제에 대한 대처법도 한국과 사뭇 달랐다. 주최 측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게 경기장 메인코트를 훈련용으로 내주지 않았다. 한국은 보조경기장에서 몸을 풀었다. 특히 연습시간도 오전이나 이른 오후 등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때였다. 한국은 불만이 많았지만 ‘중국이니까 어쩔 수 없다’며 훈련했다.

일본은 달랐다. 대회 전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 농구선수 출신을 가이드로 섭외했다. 훈련구장의 시설과 보안문제를 우려한 일본은 따로 연습구장을 섭외했다. 그 결과 주최측이 마련해준 연습구장 대신 혼다기업에서 소유한 구장을 빌려서 썼다.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는 가운데 원하는 시간에 마음껏 훈련을 해서 선수들의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 日 기자, “한국, 더 잘할 수 있는 팀인데...”

한국의 8강전 패배에 대해 일본 기자들도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그간 한국농구에 밀렸던 일본이 4강에 진출하자 어느 때보다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한 일본기자는 “한국선수들의 실력은 좋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 팀인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임감독조차 없는 한국농구가 국가대표팀 지원에 대한 장기계획을 갖고 있을 리 만무하다. 김동광 감독은 아시아선수권 종료와 함께 3개월 임기가 끝난다. 그 이후 대표팀 감독직은 다시 공석이 된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다.

이란에 패한 뒤 김 감독은 “감독이 잘못해서 진 거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급조됐다. 앞으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임감독제 등 협회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농구협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사진] 다케우치 조지, 다부세 유타, 하세가와 일본 감독(위에서 두 번째부터) /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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