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6→0.275’ 추신수, MLB 역대 최고 반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04 06: 17

추신수(33, 텍사스)의 올 시즌 시작은 최악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맹활약 속에 그 악몽은 멀찌감치 사라졌다. 시작도 좋았으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오히려 시련을 이겨낸 성과라 더 큰 가치가 있다.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고 반전을 이뤄낸 선수 중 하나로 이름을 남길 것이 유력해졌다.
추신수의 소속팀인 텍사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까지 총 161경기를 치렀다. 이제 5일 에인절스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5년 정규시즌 일정을 끝낸다. 하위권에 처져 있었던 텍사스는 지구 선두 휴스턴을 제치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으며 이제 가을야구 대비 체제로 들어간다. 텍사스의 반전만큼이나, 추신수의 반전도 MLB 역대급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추신수의 시작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4월 한 달 동안 추신수는 타율 9푼6리, 출루율 2할5푼4리, 장타율 0.173, OPS(출루율+장타율) 0.427에 그쳤다. 7년간 1억3000만 달러를 받는 선수의 성적치고는 비참한 수준이었다. 스윙에는 자신감이 사라졌고 특유의 장점이었던 눈도 흔들렸다. 오히려 선발에서 빼주는 것이 배려였던 시기였다.

이런 추신수의 성적은 MLB 역사에서도 몇 없는 최악의 시작이었다. 3·4월에 50타수 이상을 기록한 선수 중 1할이 안 되는 타율을 기록한 이는 18명 정도였다. 손꼽히는 수준이다. 주전이 아니라면 50타수 이상을 소화할 일이 없고, 주전 선수라면 아무리 슬럼프에 빠져도 한 달 타율이 1할이 안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벤치로서도 1할도 못 치는 타자를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추신수는 애꿎게도 불명예의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추신수는 보란 듯이 일어섰다. 후반기 들어 3일까지 타율 3할4푼6리, 출루율 4할5푼7리, 장타율 0.571, OPS 1.028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그 결과 시즌 타율은 2할7푼5리까지 올라왔다. 4월 한 달 타율, 그리고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던 시즌 중반 양상을 고려해 2할6푼 이상의 타율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던 전망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18명의 선수 중 이런 반전을 이뤄낸 사례는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 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끝을 맺었다. 18명 중 최종 타율이 2할5푼 이상인 선수는 딱 3명이었다. 1970년 윌리 스타젤(피츠버그)가 2할6푼4리, 1973년 로저 메츠거(메츠)가 2할5푼, 그리고 1987년 그렉 워커(화이트삭스)가 2할5푼6리로 시즌을 마쳤다. 나머지 12명의 선수들은 2할5푼도 때려내지 못했다.
오히려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도 4월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넘어지곤 했었다. 3차례나 올스타에 뽑혔던 1968년 조지 스캇(보스턴)의 최종 타율은 1할7푼1리였으며 4차례 올스타인 2002년 그렉 번(탬파베이)은 1할6푼3리로 추락했다. 역시 3차례 올스타 경력이 있는 1998년 브래디 앤더슨(볼티모어)은 2할3푼6리, 통산 338홈런에 MVP도 차지한 경력이 있는 1981년의 돈 베일러(에인절스)는 2할3푼9리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에 비하면 추신수의 반전은 놀랍기만 하다. 자칫 포기할 수도 있는 시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만큼 추신수가 침착하게 기회를 기다렸으며 한 번 피운 상승세의 불씨를 제대로 활용했다는 증거다. 대개 이 고비를 이겨낸 선수들은 다음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스타젤은 1971년 2할9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으며 베일러도 1982년 24홈런, 93타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추신수의 내일은 더 희망적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알링턴=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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