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시행착오' 김성근의 빛과 그림자, 내년에는?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이상학 기자] 2015년 KBO리그 최고 화제의 팀 한화가 결국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실낱같은 5강 희망을 두고 싸웠으나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한화는 2008년부터 8년 연속 가을야구에 탈락했지만 구단 사상 최다관중을 동원하며 2009년 이후로 최고 승률(.472)을 기록했다. 한화 선수들의 눈물겨운 투혼과 구단의 지원 및 마케팅은 역대 최고였다. 선수는 열심히 했고, 구단은 흥행 대박으로 성공했다.

다만 현장의 총책임자 김성근 감독에게는 실패한 시즌이었다. 김성근 야구의 빛도 있었지만 그림자가 훨씬 짙은 해였다. 부임 첫 해, 김성근 감독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 144G 체제 오버 페이스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서도 과거부터 해온 김성근 야구를 펼쳤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특타로 대변되는 혹독한 지옥 훈련부터 선발보다 구원에 의존하면서 특정 투수들만 집중 투입하는 마운드 운용, 번트와 작전에서 나타나는 스몰야구는 변함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마지막 역전 가능성을 놓고 포기하지 악착같은 야구는 여전했다. 모 해설위원은 "팀 전체적으로 승부근성이 강해졌지만 페넌트레이스는 힘 조절이 필요하다. 한화는 버릴 경기를 버리지 않는데 이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전반기에는 44승40패 승률 5할2푼으로 5위에 오르며 가을야구 가능성을 높였다. 이태양·송광민·조인성 등 투타 핵심 선수들이 초반부터 부상으로 전열 이탈했지만, 권혁·박정진·윤규진·송창식의 불펜이 투혼을 발휘했다. 김태균을 중심으로 정근우·이용규·김경언이 활약한 방망이의 힘도 살아있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허를 찌르는 작전 야구도 통했다. 끝내기 5번 포함 전반기 리그 최다 27번의 역전승을 일궈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24승36패 승률 4할로 리그 최저의 성적으로 추락했다. 전반기부터 집중적인 투입으로 과부하가 우려된 불펜 필승 투수들이 후반기 무너졌다. 권혁(3.62→6.85) 박정진(2.64→3.89) 윤규진(2.23→3.44) 송창식(5.01→7.93) 등이 7월 전후로 평균자책점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나타냈다. 시즌 초반 선발투수를 일찍 바꾸며 불펜에 의존한 결과 후반기 피로 누적으로 돌아왔다. 올해 한화는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가 끝나기 전 바꾸는 퀵후크가 무려 69경기로 리그 전체 1위였다. 후반기 불펜이 지치자 경기 후반 지키는 힘이 떨어져 역전패를 당하기 일쑤. 후반기에 당한 역전패만 리그 최다 21번이었다. 시즌 전체로 봐도 최다 역전패는 38패의 한화였다.

모 야구인은 "김성근 감독의 가장 큰 패착은 올 시즌이 144경기 체제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16경기가 늘어난 게 아닌데 초반부터 너무 지나치게 오버 페이스 했다. 거기에 캠프 때부터 시즌 중에도 밤낮없이 이어지는 훈련에 선수들이 지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권혁과 박정진의 경우 후반기에는 자신의 공을 못 던졌다. 정작 필요할 때 쓰지 못한 건 144경기 체제를 미처 계산하지 못한 김성근 감독의 판단 미스였다"고 지적했다.





▲ 육성과 부상 관리 실패
실제로 한화가 힘겨운 5강 싸움을 하던 시즌 막판 권혁은 구위가 떨어졌고, 박정진·윤규진은 부상 때문에 사실상 전력 외였다. 김성근 감독도 5월에는 "여름이 되면 지금 투수들이 지치게 되어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투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하며 2군 투수들을 1군에 불러 직접 지도했다. 그럼에도 투수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고, 쓰는 투수만 계속 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78경기 112이닝의 권혁은 5점차 이상 벌어진 경기에만 10경기에서 11이닝 176구를 던졌고, 76경기 96이닝의 박정진도 5점차 이상 상황에서만 11경기에서 15이닝과 함께 243구를 소화했다. 스윙맨 송창식은 역대 KBO리그에서 선발 10경기 이상 투수중 가장 많은 54경기에 구원등판했다.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육성하기란 어려웠다. 올해는 2군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화는 2군에서 경기에 뛸 만한 선수가 별로 안 보이더라. 대부분 1군에서 훈련하고 있어 2군에 선수가 부족해 보였다. 한 번은 선발이 18실점을 하는 데도 투수가 없어 계속 기용하기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투수 쪽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투수는 냉정하게 볼 때 신인 김민우밖에 없었다. 20이닝 이상 던진 15명의 투수 중 20대는 김민우·김기현 2명뿐이었다. 야수 쪽에서는 100타석 이상 타자 18명 중에서 20대는 강경학·주현상·송주호·장운호·신성현 5명인데 250타석 이상은 강경학 1명뿐이었다. 그마저도 40대 권용관과 출장 기회를 나눠가졌다. 우승팀 삼성이 20이닝 이상 20대 투수가 5명, 250타석 이상 20대 타자가 3명이었다. 성장 여부를 떠나 기회로 따져 볼 문제다.

부상 관리 실패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올 시즌 한화에서는 유독 부상 선수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의 입을 통해서만 부상이 전해졌다. 박정진은 어깨·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마지막 23일 동안 1군 엔트리에 이름만 존재하고 던지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3일 동안 일본에서 검진을 받고 오기도 했다. 항상 경기 전 트레이닝파트의 보고를 받고 라인업을 짜는 김성근 감독의 팀이라기에는 부상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건 의아하다. 결국 부상 예방부터 이뤄졌어야 했다.

특히 투수 쪽에서 부상자가 많이 나왔다. 투수 출신의 야구인은 "후반기부터 한화 주축 투수들을 보면 팔각도, 릴리스 포인트가 눈에 띄게 내려가 있다. 공을 앞으로 끌고 나오지 못하는 것은 힘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을 던지는 투수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코칭스태프에서 관리를 해줘야 할 부분"이라며 "권혁과 송창식의 시즌 막판 부진을 심리적인 부분으로 본다면 그게 더 걱정이다. 선발·구원을 오가며 준비하는 것도 한화 투수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고 했다.

▲ 실수 반복은 안 된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느 때보다도 컸다. 팬들을 등에 업고  한화 감독에 전격 선임됐고, 성적으로 보답하고픈 마음에 앞서 근시안적 운용으로 어려움을 자초했다. 트레이드에 있어서도 미래 자원보다 즉시 전력을 데려오는 데 집중했다. 시즌 막판 5경기를 남겨 놓고 군제대 선수를 2명이나 등록한 바람에 결과적으로 시즌 후 2차 드래프트와 FA 영입시 보호선수 명단을 짜기 어려워진 것도 패착이다.

김성근 감독은 누구보다 유능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어떻게든 성적을 내는 데에는 최고 수준이다. 비록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8년간의 암흑기를 통틀어 가장 선전한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끈기를 갖고 승부한 부분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야구 장인답게 그 누구보다도 깊게 파고드는 연구와 노력은 다른 사람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논란 속에서도 김성근 감독 리더십이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다.

김성근 감독은 3년 계약의 첫 해를 보냈다. 올해 실패를 거울삼아 내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에게 올해는 부임 첫 해다. 선수단 파악이 덜 돼 있었고, 프로를 떠나있는 사이 달라진 야구 흐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진정한 평가는 내년 시즌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과연 김성근 감독이 달라질 수 있을지 한화의 미래가 달려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수원=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