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SK, 서울행 버스가 절실한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04 06: 31

시험은 다 끝났다. 먼저 답안지를 쓰고 고사장을 빠져 나왔다. 아직도 답안지에 마킹을 하고 있는 친구의 성적을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다. SK가 처한 현실이다. 그래서 ‘서울행 버스’가 더 간절하다. 정규시즌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8회 터진 나주환의 솔로포에 힘입어 4-3으로 역전승했다. 구사일생이었다. 상대 선발 이재학을 확실하게 무너뜨리지 못해 1-3으로 끌려갔던 SK는 7회 김성현의 2타점 적시타로 기운을 차렸고 8회 나주환의 병살타 2개를 속죄하는 대포를 터뜨렸다. 마운드는 선발 박종훈에 이어 선발 요원인 메릴 켈리와 김광현까지 모두 동원하는 초강수를 쓴 끝에 NC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SK는 만약 이날 패하고 수원에서 한화가 kt를 꺾을 경우 자동적으로 5강 진출이 좌절됐다. 한화가 패하더라도 6위 KIA의 경기 결과를 봐야 했다. 하지만 일단 이날 이겼고 KIA까지 역전패해 한숨을 돌렸다. 올 시즌 정규시즌 홈 마지막 경기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평소보다 2배 이상의 목청을 냈던 팬들에게 보답했다는 점도 위안거리였다. 다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이길 경우 자력으로 5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SK였다. 그러나 1일 인천 두산전, 2일 인천 NC전에서 모두 패하며 자력 5위 확정 가능성은 사라졌다. 물론 KIA가 3일 광주 두산전에서 패함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밟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KIA도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이긴다면 SK를 앞지를 수 있다. 4일 두산을 넘는다면, 5일과 6일은 각각 순위를 확정지은 삼성과 LG를 상대한다. KIA도 여전히 꿈을 품고 있다. 그 꿈의 크기만큼 SK는 초조하다.
KIA의 1패가 SK의 5위 확정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남는 찜찜함은 어쩔 수 없다. 올 시즌 삼성·두산과 함께 3강 후보로 뽑혔던 SK다. 타선의 변수야 전문가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었지만 변수 제어에 실패했다. 여기에 부상 선수들의 속출도 하나의 핑계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악재를 다 고려해도 성적은 예상보다 떨어졌다. 개인 성적을 보면 선수들은 할 말이 없는 시즌이었다. 몇몇 부분에서 시즌 계획이 어긋난 벤치도 반성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실제 SK는 144경기에서 69승73패2무로 승률 5할을 채우지 못했다. 만약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시즌은 한 달 전에 파장이 날 수도 있었다. “부상 등 여파를 고려해도 두산·넥센과 3위 싸움 정도는 하고 있어야 했다. 백번 양보해도 자력으로 5위를 확보할 만한 전력은 됐다”라는 것이 야구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SK로서는 결코 성공한 레이스가 아니다. 오히려 기대치, 전력을 다 따지면 부진한 레이스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는 코칭스태프, 선수단, 그리고 프런트도 모두 인정한다. 각자 잘못한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모여 부진한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때는 막연한 기대만을 품은 채 팀 분위기가 축 처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5위가 더 절실할지도 모른다. 일단 막판 8위에서 5위까지 올라가며 팀 분위기는 제대로 살아났다. “한 번 해보자”, “가을을 즐기자”라는 선수단의 기세는 돌아왔다. 지금 SK에는 이 기세를 펼칠 장이 필요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그 기회가 될 수 있다.
3일 경기의 영웅이었던 나주환은 “만약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분명 더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내 정규시즌에 실망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는 선수단 전체의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만약 목동이든, 잠실이든 서울행 버스가 출발할 수 있다면 그 다짐을 경기장에서 제대로 증명해야 한다. 불리한 여건에서 출발하지만 납득할 만한 경기력과 투지를 보여줘야 한다. 만회할 기회가 찾아올지, 그렇다면 시즌 내내 가슴을 졸였던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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