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속출’ 프로야구, 와일드카드가 살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05 06: 01

여러 악재로 휘청거리던 KBO 리그가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하며 10구단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김빠진 승부가 될 수 있었던 리그가 마지막까지 흥행의 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절반 이상이 5위 와일드카드 덕이라는 분석이다.
10개 구단 체제로 확장된 KBO 리그는 팀당 144경기 일정으로 벌어진 첫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제 정규시즌은 5일 2경기, 6일 1경기만이 남아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1위부터 5위까지는 구단과 순위가 모두 확정된 상황이다. 4일 두산이 KIA에 승리를 거두며 3위는 두산, 5위는 SK로 최종 확정됐다. 4위 넥센과 5위 SK는 오는 7일부터 포스트시즌 일정에 돌입한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시스템의 변화 중 하나는 바로 5위 와일드카드 제도 신설이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하나 더 늘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여론에서 비롯됐다. 운영 방안을 놓고 몇몇 안이 있었지만 4위 팀에 조금 유리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신설하는 방안으로 5위 팀에 막차를 주는 안이 최종 결정됐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와일드카드 제도는 흥행에 있어 ‘신의 한 수’가 됐다.

올해 프로야구는 초반 날씨가 좋지 않아 관중 동원에 애를 먹었다. 한창 관중 회복세가 뚜렷하던 5월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을 덮쳐 큰 타격을 입었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야구장 나들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확산된 까닭이다. 그러나 6월 이후 관중이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치열한 5위 싸움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실제 1위부터 4위는 9월 초에 사실상 결정이 났다는 평가를 받는 올해 KBO 리그다. 8월 31일 기준으로 4위 넥센과 5위 한화의 승차는 6.5경기였다. 팀당 30경기도 남지 않았음을 고려했을 때, 예년과 같은 포스트시즌 진출 시스템이었다면 일찌감치 김이 빠질 만한 여건이었다. 자연히 흥행에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하지만 ‘막차’를 둘러싼 네 팀(한화·KIA·롯데·SK)의 물고 물리는 싸움이 벌어지면서 팬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4~6월은 날이 좋고 어느 팀도 포기하지 않는 레이스를 벌이기 때문에 우천만 아니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하지만 보통 9월 중순에서 9월 말까지 일정에는 흥행요소가 마땅치 않다. 순위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쪽도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구단들이 관중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행사를 가장 많이 고민하는 시기”라면서 “그런데 올해는 최고의 흥행요소가 만들어지다 보니 그런 부담을 덜었던 것 같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한 감독은 “어차피 동등한 조건에서 시작한 시즌이다. 4위에 불이익이 가긴 했지만 예고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큰 불만은 없을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누가 이 혜택을 볼지 모르는 일 아닌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분위기를 대변했다. 메이저리그도 포스트시즌 시스템을 점차 확장하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다. 제도의 개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겠지만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첫 시즌임에는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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